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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사람사는 맛인가 싶다" … 2년만에 북적이는 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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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일주일 앞두고 광장·망원시장 등 인파 몰려
호떡 등 시장음식에 긴 줄 … 먹거리 제외한 점포는 한산

설 명절을 일주일 앞둔 23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설 명절을 일주일 앞둔 23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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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임춘한 기자] "얼마나 맛있길래 이렇게들 줄을 서는지 일단 하나 먹고, 안에 들어가서 또 녹두전에 막걸리 한잔 해야죠."


설 명절을 약 일주일 앞둔 23일 서울 시내 전통시장 곳곳이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명절음식과 차례용품을 준비하러 나온 장년층부터 주말 나들이를 겸해 시장으로 향한 젊은 층까지 유동인구가 부쩍 늘며 상인들의 손길도 분주해졌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초입에 위치한 한 호떡가게 앞엔 50~60m는 족히 돼 보이는 긴 줄이 이어졌다. 사장과 직원이 한번에 10개가 넘는 호떡을 기름에 구워내고 있지만 TV 프로그램에서도 소개될 만큼 핫플레이스로 꼽히는지라 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종이컵에 담긴 1500원짜리 호떡을 받아든 손님은 핸드폰으로 사진부터 찍은 뒤에야 마스크를 내리고 조심스레 한 입 베어물었다.


인근 빈대떡가게도 실내 테이블마다 삼삼오오 손님들이 모두 자리를 차지해 밖으로 긴 줄이 이어졌다. 시장 골목길을 따라 늘어선 먹거리 노점과 그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이 엉기면서 좁은 통로는 간신히 빠져나가야 할 만큼 혼잡했다. 순서를 기다리던 한 20대 손님은 "여기저기 비슷한 전가게가 많지만 오늘은 친구와 꼭 이곳에서 육회와 녹두전을 먹기로 했다"며 "오랜만에 시끌벅적한 시장에 나오니 이런 게 사람 사는 맛이구나 싶어 신난다"고 말했다.


23일 종로구 광장시장 먹거리 노점도 빈 자리가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23일 종로구 광장시장 먹거리 노점도 빈 자리가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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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마포구 망원시장도 평소보다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북적였다. 이곳 역시 큼직한 떡갈비를 파는 가게와 호떡집 앞에는 긴 줄이 이어지고, 수입산 소갈비를 파는 정육점에도 손님이 계속 드나들었다. 양손 가득 장바구니에 떡갈비 한 팩을 더한 주부 이모씨는 "마침 대형마트가 쉬는 날이라 시장에 나왔는데 보름 전과 비교해도 사람이 3~4배는 많은 것 같다"며 "명절 음식이라고 대단한 걸 준비하기보다는 아이들 좋아하는 걸로 골고루 조금씩 사서 지내려 한다"고 했다.

구로구 남구로시장에도 양손 가득 구입한 물건을 든 사람들이 넘쳐났다. 상인들은 마스크 너머로 "뭐 드릴까요" "대파 좀 가져가세요"라고 큰 소리를 치며 손님들을 불러세웠다. 청과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지난 2년 동안 정말 손님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바빠지니 장사할 맛이 난다"며 "오늘 정도만 같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부 박모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시장도 한산할 줄 알았는데 평소보다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며 "과일도 계란도 가격을 비교해 보니 확실히 마트보다 저렴해 시장으로 장 보러 나오길 잘한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같은 시장 안에서도 먹거리를 제외한 생활용품이나 의류 등을 판매하는 점포는 손님이 없이 한산해 대비됐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골목형 전통시장은 상당 수 점포가 아예 하루 휴무를 택하기도 했다.


광장시장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요즘 명절이라고 아이들 한복 사 입히고 약과 사먹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그나마 음식점들이라도 잘 돼서 오가는 사람이 전혀 없을 때보다는 썰렁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씁쓸해했다.


용산구 용문시장의 청과가게 상인은 "여기도 방송에 나온 어묵집, 배달 족발집 정도만 잘되고 나머지 가게 절반 이상은 일요일이라고 문닫고 쉰다"며 "이젠 코로나19 핑계도 지겨운데, 손님이 찾지 않으니 상인들도 물건을 많이 못 가져다 놓고, 물가는 계속 오르고, 그래서 손님들이 잘 찾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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