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외장하드 탈출 소취" 임인년, 개봉 기다려지는 한국영화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길어야 한 달이면 사라질 줄 알았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가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팬데믹 여파로 극장 분위기가 좋지 않자 각 배급사는 공들여 완성한 영화를 선뜻 꺼내지 못했다.
한국 영화계는 풍년이었다. 2014년 '명량'(감독 김한민)이 1761만 관객을 모으며 최고 흥행작에 올랐고, 시리즈로 완성된 '신과함께'(감독 김용화)가 최초 '쌍천만'을 달성했다. 하늘이 도와야 가능하다는 천만 영화가 우르르 나왔다.
켜켜이 쌓아올린 K-무비는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아카데미에서 최고상을 품에 안으며 영광을 누렸고, 배우 윤여정이 '미나리'(감독 리 아이작 정)로 최초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고 기뻐했다. 한국영화를 바라보는 전 세계의 시선이 달라진 것이다. 개인의 성취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내 영화인들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됐다.
그러나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을 끝으로 전 세계 영화계가 얼어붙었고, 이전까지 활발히 제작된 한국영화들은 각 배급사의 외장하드에 잠들었다. 지난해 1월, 신작으로 주목한 영화 중 관객과 만난 작품은 약 30%에 불과할 만큼 극장 상황은 좋지 않았다.
올해는 상황이 나아지리라 바라며, 촬영 및 후반작업을 마치고 주요 배급사의 외장하드 저장된 영화 중 2022년 임인년(壬寅年) 꼭 만나고 싶은 작품을 꼽아봤다.
칸 홀린 '비상선언'
순 제작비 245억이 투입된 기대작 '비상선언'(감독 한재림)이 이륙 채비를 마쳤다. 지난해 7월 제74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비경쟁부문에 유일한 한국영화로 초청돼 상영했다.
영화는 항공기에서 벌어진 재난을 실감 나게 펼쳤고, 모처럼 한 작품에 모이기 힘든 덩치 큰 배우 송강호·이병헌·전도연·임시완 등이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완성했다. 실감 나는 재난 상황이 공감을 이끌며 칸 영화제에서 호평을 얻었다. 다가오는 설 연휴에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해 일정을 연기했다.
'비상선언'은 올해 가장 기대되는 작품으로 꼽힌다. 극장에서 즐기기 좋은 신작이 탄생했음을 칸에서 먼저 확인한 바. 개봉 후 좋은 성적이 예상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첫 韓영화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이 연출하는 첫 한국영화 '브로커'(가제)는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사람이 익명으로 아기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마련된 베이비 박스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감독이 5년 전부터 국내 제작진과 함께 준비해왔으며, 배우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등이 캐스팅돼 지난해 촬영을 마쳤다.
'브로커'는 올해 칸 영화제 초청이 유력하다. 앞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다섯 차례 초청됐으며,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심사위원상을,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각각 수상한 바 있다.
박찬욱·엄태화, 뤼미에르 입성하나
칸의 단골손님인 거장 박찬욱 감독과 '가려진 시간'(2016)으로 주목받은 엄태화 감독이 올해 칸 영화제로 향할지 주목된다.
박찬욱 감독은 정서경 작가와 공동 집필한 '헤어질 결심'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에 꽤 오랜 시간을 들였다. 지난해 칸 출품이 유력했으나 하지 않고, 영화를 더 손 봤다.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가 사망자의 아내를 만난 후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리며, 배우 탕웨이와 박해일, 고경표, 박용우, 이정현 등이 출연한다. 박 감독과 탕웨이가 어떤 영화를 선보일지 관심을 받고 있다.
엄태화 감독은 칸 영화제 출품을 목표로 재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선보인다. 2014년 김숭늉의 웹툰 '유쾌한 왕따'를 원작으로,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아파트의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등이 주연으로 촬영을 마쳤다. 지난해 칸 영화제 폐막식 시상자로 초청된 이병헌과 마블의 러브콜을 받은 박서준이 출연하는 만큼 전 세계 관심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배급은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맡았다.
스타 천만감독 대거 등판
배급사 NEW는 '베테랑'(2015)·'모가디슈'(2020)의 류승완 감독 차기작 '밀수'를 선보인다. 1970년대 평화롭던 작은 바닷마을을 배경으로 밀수에 휘말리게 된 두 여자의 범죄활극으로 김혜수·염정아가 주연을 맡아 기대를 모은다. 앞서 개봉해 인기를 끈 '마녀'와 '정직한 후보'의 속편과 강형철 감독의 '하이파이브'도 주목된다.
'명량'으로 한국영화 최고 흥행을 기록한 김한민 감독이 이순신 3부작 '한산'·'노량: 죽음의 바다'를 동시 촬영해 차례대로 선보인다. '한산'은 임진왜란 개전 후 왜군과의 첫 번째 전면전을 다룬 작품으로 박해일이 이순신 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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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천만감독도 대거 등판한다. '해운대'(2009)·'국제시장'(2014)으로 천만 관객을 모은 윤제균 감독이 동명 뮤지컬을 스크린에 옮긴 150억 대작 '영웅'과 천만영화 '도둑들'(2012)·'암살'(2015)의 최동훈 감독이 6년 만에 내놓는 신작 '외계+인'이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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