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지난 9월30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회의실. 산업부는 에너지 차관 주재로 국내 에너지 수급 동향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다. 중국 전력난, 석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에너지 수급 불안 우려가 가중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최근 요소수 품귀 대란은 한 달여 전 정부가 국내 에너지 수급 동향 점검에 나설 때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는 석탄에서 생산한다. 중국은 외교적 갈등을 빚는 호주산 석탄 수입 중단으로 석탄 부족 사태를 겪다가 요소 수출까지 제한했다. 결국 요소수 대란은 중국 석탄 부족이 미칠 여파를 '수박 겉핥기' 식으로 파악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정부 대응이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은 중국의 전력난 대응에서 우리 산업에 미칠 구체적인 영향까지 파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전날 요소수 매점매석을 단속하겠다고 밝히면서 정부 대응은 도마위에 올랐다.


국내 산업용 요소 공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88%에서 올해 1~9월 97%로 오히려 확대됐다. 사실상 수입물량 전부를 중국에 의존하는 셈이다. 지금은 10배 웃돈을 줘도 요소수를 구하기 어렵다. 요소수 부족으로 화물차 최고 속도는 20㎞로 떨어지고, 화물차 기사들은 발이 묶여 생업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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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초 영국 런던에서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 2019년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수출 제한이 한국 경제에 '백신'이 됐다고 했다. 이 같은 자화자찬은 요소수 품귀 대란이 한창인 가운데 나왔다. 요소수 품귀는 시작일지 모른다. 이차전지 제조에 필요한 희토류와 원료 의약품 등 중국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의 경우 이번처럼 중국이 수출줄을 끊으면 언제든 국내 핵심 산업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 곳곳에 구멍이 난 정부의 공급망 관리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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