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회 BIFF]"봉준호도 안심콜" 부산영화제, 방역 잘되고 있나[초점]
칸·부산영화제, 페스티벌 재개
2년 만 레드카펫 '환호'
방역 잘 될까? 우려의 시선도
[부산=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갑작스레 지구촌에 불어닥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는 2년간 이어졌다. 신종플루,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유행성 바이러스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며 생명을 빼앗고 삶을 바꿔놨다. 처음 코로나가 유행할 때 흔히 메르스를 떠올렸다. 2015년 5월 국내 첫 감염자가 발생하자 당시 개봉을 앞둔 일부 영화가 일정을 2주 후로 연기한 바 있기에 길어야 한 달을 내다보는 이가 많았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우리는 해가 두 번 바뀌는 동안 마스크를 쓰고 백신을 맞으며 사투를 벌였다.
영화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극장은 다중이용시설로 분류됐다. 다수가 운집해 웃고 울고 먹고 마시는 터라 달리 방도가 없었다. 국내 영화계는 부침을 겪었다. 개봉을 앞둔 영화는 줄줄이 일정을 연기하고 또 연기했다. 손해는 막심했다. 촬영을 마친 영화는 산더미처럼 쌓였다. 어렵게 개봉한 영화들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해외 사정도 비슷하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영화관을 폐쇄했다. 당연히 주요 극장 체인의 쌀독은 텅 비었다.
올해 전 세계 국가는 백신을 확보하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애썼다. 국내에서도 봄부터 순차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일찍이 백신 접종이 시작된 유럽 국가들은 다소 여유를 찾았다. 프랑스 칸 영화제가 가장 먼저 팡파르를 울렸다.
팬데믹 여파로 지난해 개최를 포기했던 칸 국제영화제(Cannes Film Festival)는 올해 정상 개최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 7월 본지는 제74회 칸 영화제가 열리는 프랑스 니스 남부 휴양도시 칸을 찾아 취재했다. 본지는 국내에서 현지 취재에 나선 유일한 언론사였다. 2년 2개월 만에 재개된 영화제, 팬데믹 이후 재개된 페스티벌. 이를 기점으로 그간 주춤했던 영화 축제가 다시 기지개를 켤지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경쟁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린 국내 작품은 없었지만 배우 송강호가 남자 배우 최초로 심사위원으로 나섰고 이병헌이 폐막식에서 시상자로 나선 영화제로 기록됐다. 아울러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이 비경쟁부문에 초청돼 현지에서 상영됐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얼마나 방역이 잘 될까' 싶었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사실 칸 뤼미에르 극장 인근에서 마스크를 쓴 이를 찾아보기 힘든 풍경에 당황했다. 걱정이 무색할 만큼 문제점을 찾을 수 없는 영화제였다. 칸 영화제는 일각의 우려를 딛고 티켓 등 디지털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출입 관리 등 철저한 방역을 이뤄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도 2년 만에 다시 장막을 걷었다. 지난 6일 개막해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는 영화를 보기 위해 몰려든 대학생들, 일반 관객과 관계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여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칸 영화제와 올해 부산영화제를 연이어 취재하며 느낀 공통점, 차이점을 정리했다. 당시 유럽 현지와 최근 국내 방역 지침, 양국의 백신 접종률 등 다르다는 점을 덧붙인다. (프랑스가 국내에 비해 그때도 지금도 백신접종률이 높다.)
QR코드 vs 안심콜
칸 영화제는 깐깐했다. 영화제가 열리는 뤼미에르 극장과 메인 센터인 팔레드시즈 내부 입장 절차가 몹시 까다로웠다. 이전에도 테러 등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프레스 배지의 바코드를 확인한 후 가방 등 소지품 보안 검사를 철저히 했던 터. 여기에 더해 올해는 코로나19 검사 음성확인 QR코드(유럽연합 디지털 코로나 증명)를 인증한 후 입장이 가능해 더욱 엄격해진 인상을 줬다. 출국 전, 국내에서 28일 전 백신접종, 코로나19 PCR검사 음성 영문증명서를 지참했지만, 이는 현지에서 전혀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아시아 취재진을 비롯한 비(非)EU 국가의 취재진은 프레스센터 인근에 있는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침을 통한 타액 검사를 받아야 했다. 배우, 감독을 비롯한 게스트, 심사위원까지 예외는 없었다. 검사 5~6시간 후에 결과가 나오고 음성일 경우 EU에서 부여한 QR코드가 발급된다. PCR(유전자증폭) 검사는 1시간 만에 결과를 받을 수 있지만 대부분 타액을 이용해 검사에 나서는 분위기였다.
부산은 조금 다르다. 좀 더 자비롭다. 메인 센터인 비프힐, 야외극장 등이 자리한 영화의전당은 안심콜 번호로 전화를 건 후 수신문자를 제시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1일 1회만 인증하면 된다. 퇴장했다가 다시 입장할 경우 매번 QR코드를 찍어야 했던 칸 영화제와 비교하면 간편한 셈이다.
개막식에서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 1200여 명을 수용하는 야외극장 전체 좌석 수의 50%만을 운영, 좌석간 띄어앉기를 했다. 아울러 백신 접종 후 2주가 지났거나 PCR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자만 입장을 허가했다. 모두 방역 당국의 지침을 준수한 방침이다. 취재진 역시 마찬가지. 사전에 현지 취재에 나선 기자들에게 백신 접종 후 2주 경과 증명서나 PCR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문자, 문서를 지참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확인한 후 배지를 수령할 수 있었다.
부산영화제 관계자는 본지에 "개막식 레드카펫에 오른 배우·감독 등 모든 게스트에게 백신접종증명서와 PCR 음성판정서를 받았다"며 "영화제 관계 인력 228명은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PCR 검사를 받고 참여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는 일반 관객을 비롯해 공식 상영, 기자회견 등을 위해 센터로 진입하는 모든 이에게 백신증명과 음성증명서를 요구한 칸 영화제와 달리 부산영화제는 전화번호만 수집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쉽게 말해 부산영화제는 영화를 보러 오는 일반 관객에게는 PCR 증명서나 백신접종증명원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
부산영화제 측은 부산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지침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관계자는 "개막식을 제외하고 관객과의 대화(GV)에만 참석하는 게스트의 경우, 영화관 내 방역 지침을 따르고 있다. 일괄적으로 백신접종 2주 경과 여부를 확인하거나 검사 결과를 요구하지 않지만 방역 사항을 권고하고 있다"며 "센터에 입장하는 전원이 각자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야 한다. 행사차 입장하는 배우·감독도 예외 없이 안심콜에 직접 전화를 걸어야 한다"고 했다.
모든 행사가 끝난 후 방역도 진행된다. 관계자는 "기자회견, GV 등 주요행사가 끝나면 소독 등 방역이 진행된다"고 했다. 부산에 몰여든 수많은 자원봉사자는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관계자는 "선발 과정에서 방역 지침을 철저히 안내했다. 예정자에 한해서는 선제적으로 백신 접종도 가능하도록 했다"며 "개막식 참석자와 그렇지 않는 자에는 다소 다른 지침을 뒀다. 개막식 참여 인력은 게스트와 동일한 지침을 안내했다"고 했다.
온라인 vs 오프라인 예매
칸 영화제에서는 영화를 보기 위해 매표소 앞에서 길게 늘어선 줄이나 티켓을 얻기 위해 프레스들을 향해 종이에 메시지를 써서 머리 위로 올려든 풍경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전면 온라인 예매로 전환, 오프라인 예매를 없앴다.
반면 부산영화제는 온·오프라인 예매 모두 가능하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영화의전당 티켓창구가 운영되며, 코로나19 관련 개인정보활용동의서에 서명해야 티켓을 받을 수 있다. 영화제 둘째 날 오전, 티켓부스 인근에 들어서자 대기자들 사이에 일정 간격을 유지하는 라인이 표기된 모습을 확인했다. 자원봉사자가 대기석을 오가며 소독에 한창인 모습도 눈에 띄었다. 모두 마스크를 쓰고 예매자를 응대했다. 관계자는 "대부분 온라인으로 티켓 예매를 하지 않을까. 현장에서 주로 취소표 예매가 이뤄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했다.
지난해 축소 운영한 것과 달리 올해 부산영화제는 방역 수칙에 맞춰 정상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70여 개국 223편이 6개 극장 29 개관에서 상영되며 각 극장에서 전체 좌석의 절반만 운영한다. 지난해에는 작품당 1회 상영에 그쳤으나 올해는 예년과 같이 편당 2∼3회 상영 예정이다. 한국영화 GV(관객과의 대화)는 모두 현장 진행, 해외영화는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
주요 게스트, 마스크 벗고 vs 쓰고
칸과 부산 모두 레드카펫에서는 마스크를 벗었다. 그러나 실내에서 게스트에게 적용하는 규정은 달랐다. 이는 국내와 프랑스의 방역 지침에서 차이를 보이는 까닭이다. 칸 영화제는 실내인 메인 센터에서 감독·배우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칸이 존중하는 심사위원들도 기자회견에서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송강호 역시 마찬가지. 팔레드시즈에서 진행되는 기자회견,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상영 모두 마스크를 썼다. 반면 부산은 기자회견,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 주요 배우·감독은 마스크를 벗고 마이크를 들었다.
부산영화제의 경우 규정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영화제 관계자는 "모든 게스트는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무대에서만 벗고 있다. 퇴장시에는 다시 써야한다. 이러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착용해야 한다"며 방역 지침을 준수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객석을 25% 운영한 것과 달리 올해 50%를 지키고 있다. 관객들은 한 칸 띄어앉기를 실시하고 있다. 관객들도 극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한채 영화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북미, 유럽 취재진은 프레스센터에서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심사위원장인 스파이크 리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스포했을 때조차 마스크를 고쳐 쓰고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이는 부산 역시 같다.
대면 반가워 vs 그들만의 축제
영화제에 참석한 배우 대부분 재개된 영화 행사에 반가움을 표했다. 지난 6일 개막작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해일은 "많은 분과 영화로 만난 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날 정도"라며 "소중한 자리"라고 말했다. 최민식도 "보고 싶고 그리웠다"며 남다른 감회를 표했다.
개막식 사회자로 나선 배우 송중기는 "오랜만에 관객과 소통을 할 수 있어 반갑고 감격스럽다. 소중한 일상이 고맙게 느껴지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소담도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영화계는 물론 많은 분이 어려움을 겪었다"며 "영화제가 위안과 위로, 새로운 희망을 주면 좋겠다"고 했다.
2년 만에 마주한 영화인들은 눈을 바라보며 웃었다. "영화 이야기를 나누던 순간이 그리웠다"고 입을 모을만큼 소중한 장임에 틀림 없다. '위드 코로나'를 향한 열망도 담긴 듯하다. 영화제가 다시 이전의 시간으로 돌아가기 위한 가늠자 역할을 할지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방역 지침 준수 여부와 별개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시 살아난 레드카펫에는 많은 배우가 올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연예인들만 코로나19 위험에서 자유롭냐"고 지적했다. 또 "4차 대유행이라서 다수가 모이기도 힘든 시국"이라며 "수많은 스타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채 카메라 앞에 선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부산에 몰려든 영화인들의 뜨거운 열정만큼 철저한 방역으로 마무리할지 지켜볼 일이다. 올해 영화제는 오는 15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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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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