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연내 테이퍼링 시사, 美 긴축발작 재연?…韓 증시는 벌써영향권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가 18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인한 비상 통화정책을 거두겠다는 신호를 분명히 했다. 매월 1200억달러 규모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개시는 국제 금융 및 증시, 외환, 가상화폐, 금 등 대부분의 자산시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Fed가 가장 우려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2013년 벤 버냉키 Fed 의장이 테이퍼링 신호를 보냈을 때 시중 금리가 폭등하고 신흥국 자본 유출, 증시 급락이 동시에 발생하는 이른바 긴축발작(테이퍼텐트럼·Taper Tantrum) 현상이 나타났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테이퍼링 조건이 무르익지 않았다고 거듭 주장해온 이유는 이 같은 과거의 경험을 의식해서다.
◇긴축 발작 재연하나… 추가 상승 전망도
하지만 올해의 상황은 과거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우려됐던 긴축 발작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2019년에도 파월 의장이 Fed의 보유 자산 축소 가능성 언급 후 미국 증시가 급락한 상황도 재현되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 미국 국채금리는 연일 하락했고 뉴욕증시 주요지수는 사상 최고 행진을 벌였다. 테이퍼링이 예고된 이날 자본시장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와 S&P500 지수가 1% 하락했지만 최고점에서 2%가량 조정 받았을 뿐이다. 10년물 국채금리는 FOMC 회의록 발표 전 1.3%에 육박했지만 회의록 발표 후 오히려 상승폭을 반납하고 전일과 비슷한 1.26%를 기록했다. 앞서 10년물 국채금리는 인플레 우려를 반영하며 연초 0.9%에서 1.7%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꾸준히 하락했다. 이날 30년물 금리도 하락했다. 단기물인 5년물 금리도 내림세였다.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장기물인 10년물 국채와 30년물 국채금리가 안정된 것에 대해 런 린젠 BMO 캐피털 마켓 미국 채권 투자 전략가는 "Fed 위원들의 의견이 갈리면서 9월 테이퍼링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날 시장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9월 테이퍼링 실시 가능성도 우려되던 상황에서 오히려 완화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해석이다.
펜 뮤추얼 자산운용의 지웨이 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은 Fed가 1.5% 혹은 1.6%에서 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시의 경우 추가 상승을 위해 재료가 대부분 소진된 상황에서 단기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기업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추세 상승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크리스 자카렐리는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알리언스의 최고투자책임자는 "경제에 긍정적인 뉴스가 이어지면서 연말에는 시장이 새로운 고점을 형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파하드 카말 클라인워트 햄브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정책이 합리적으로 뒷받침되는 데다 성장이 계속되고 있고 백신 접종이 늘어나면서 주식시장 환경은 계속 좋아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찰스 헵스워스 갬 인베스트먼트 투자담당 이사 역시 "부양책은 여전히 존재한다. 심각한 증시 조정을 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며 시장 상승론에 힘을 보탰다.
◇외인 매도 행렬… 국내 증시 연일 휘청
이달 초순까지만 해도 코스피 3300선 복귀를 노리던 국내 증시는 연일 휘청거리고 있다. 19일 오전 9시40분 기준 코스피는 전일 대비 5.91포인트(0.19%) 하락한 3153.02를 기록했다. 코스피는 지난 5일부터 17일까지 8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전일 소폭의 반등을 했지만 이날 다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하락으로 코스피는 종가 기준으로 2개월여 만에 3200선이 무너졌다.
외국인 매도세가 코스피를 끌어내리고 있다. 외국인은 올 들어 코스피에서 28조7354억원을 팔아치웠다. 월별로 매수세를 기록한 것은 4월이 유일하다. 4월에 3716억원을 사들였고 나머지는 모두 매도세를 보였다. 외국인은 이달 초 중국 규제 이슈로 중국 비중을 줄이면서 국내 증시에서 매수세를 보였으나 지난주부터 매도로 다시 돌아섰다. 지난 9일 이후 전일까지 7조7242억원을 팔아치웠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 하락의 직접 원인은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라며 "배경은 추가 정책 자극 감소, 매크로 모멘텀 피크 아웃, 반도체 가격 사이클 하락 우려, 코로나19 델타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추측되는데 한국 증시의 변동성이 여타국보다 과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추세적 상승 전환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 및 지수 하락 속도 조절 가능성은 있지만 추세적 상승 전환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투자자들은 경기 회복세 둔화가 반영되고 있어 주식 내에서 상대적 열위에 있는 신흥국 증시에 불리한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추세는 미국의 금리 상승 속도에 달려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연구원은 "코스피는 단기 급락이 진정되며 재차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다만 일정 수준을 회복한 이후가 고민인데 미국 고용이 정상화되며 Fed가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면 금리 상승 속도가 가팔라져 위험자산은 할인율 상승에 민감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돈줄 마르면 가상화폐엔 부정적
금과 원유, 가상화폐도 테이퍼링을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은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하락하게 마련이다.
최근 달러는 델타변이 확산으로 인한 경기 둔화 가능성과 아프간 사태로 인한 지정학적 우려를 반영하며 강세를 보여왔지만 이날 달러지수는 장중 상승세를 반납하고 전일과 비슷한 93.147을 기록했다. 테이퍼링이 달러 강세를 유도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과 반대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반면 이날 금은 상승세를 보였다.
마크 월러 오렉스 닷컴 리서치 책임자는 "회의록이 비둘기적이라는 해석에 금값이 오르고 미국 달러는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미 국채 금리 상승이 제한될 경우 달러 강세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단 델타변이 확대 시 달러 강세 요인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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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를 출발점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에 나서면 가상화폐 시세에도 부정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은행 스티펠은 각국의 통화 공급 둔화가 비트코인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늘어난 시중의 유동성이 줄어들 경우 가상화폐의 상승동력이 차단된다는 분석이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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