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국공 논란' 닮은 청년비서관 사태…청년들 뿔난 이유는 '절차적 공정'
김성민 靑 청년비서관 해임 목소리 커져
앞서 '인국공' 비정규직 전환 논란과 유사
'절차적 공정' 요구하는 청년과 정부 사이 균열
전문가 "공정, 청년들에게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
"정치권이 청년들 현실 문제 해결하려는 노력 보여야"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취업 활동도 안 해본 사람이 무슨 청년비서관을 한다는 겁니까."
박성민 신임 청와대 청년비서관 임명을 두고 20대 청년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별다른 취업 활동은커녕 변변찮은 '스펙'도 없는 박 비서관이 사실상 1급 공무원인 청와대 비서관직에 발탁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여당이 청년층이 요구하는 '공정'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질타가 나온다.
공정을 두고 정치권과 청년층 사이 균열이 드러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이른바 '인국공 사태' 당시에도 청년층 유권자는 보안검색 요원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며 공정한 채용 절차를 요구한 바 있다. 전문가는 정치권이 청년층 유권자의 공감을 얻으려면, 오늘날 청년 세대가 겪고 있는 여러 문제를 구체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인이 제작한 홈페이지 '박탈감닷컴'은 지난 26일 개설됐다. 홈페이지를 제작한 고려대생 A 씨는 정부·여당을 향해 "청년들은 (박 비서관 임명 때문에) 지금 큰 박탈감을 느낀다"며 "공정이라는 말 더 이상 하지 말라, 매우 역겹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A 씨가 박 비서관 임명 결정에 분노하는 이유는 인사 과정의 공정성 때문이다. A 씨는 박 비서관에 대해 "정당 활동 외 별다른 취업 활동도 없다"며 "명문대 재학생이 5급인 행정고시를 도전할 때 보통 3년 이상을 공부하고, 합격을 하면 집안의 자랑이 되는데 박 비서관은 정당 활동만 해도 1급 공무원이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취업 준비를 왜 하나. 대학 졸업 안 하고, 취업 경험 없어도 여의도 가서 내가 청년을 대변하겠다고 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박 비서관은 지난 21일 청와대 청년비서관으로 발탁됐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당시 춘추관 브리핑에서 "청년의 입장에서 청년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조정해 가는 청년비서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임명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인사 결정에 대해 일부 청년층은 크게 반발했다. 국회 근무자들이 이용하는 익명 게시판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국가 인사가 포퓰리즘으로 가고 있다", "도대체 뭘 했는데 청와대 비서관이 되느냐" 등 비판이 쏟아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박 비서관을 해임해 달라"고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와대는 청년층의 반발에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2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자리에서 박 비서관 관련 논란에 대해 "왜 이게 공정, 불공정 프레임이 씌워지는지 잘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청년비서관에 청년을 (발탁) 안 하면 누굴 하느냐"며 "(청년비서관은) 별정직이고, 다른 사람의 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청년층이 요구하는 '공정'에 대해 정치권이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층은 경쟁 과정의 '절차적 공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 반해, 정부·여당은 이에 대해 상대적으로 무관심하다는 시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5월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서 좋은 일자리 만들기 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정부와 청년층이 공정 문제를 두고 균열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인국공 사태' 당시에도 청년층이 공정을 요구하며 반발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인천국제공항공사(공사)에 비정규직으로 고용된 보안검색 요원 1902명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결정이었으나, 일부 취업준비생들은 "별다른 공채도 없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느냐"며 비판을 쏟아냈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이 사태를 공론화하는 '부러진 펜 운동'이 추진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에도 공정 논란이 일었다.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 남북 단일팀이 성사되면서 일부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기회가 박탈되자, 일부 청년층 사이에서 '한국 선수에 대한 역차별이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해 6월25일 오후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청년들은 박 비서관 임명 결정이 스펙, 노력이 아닌 '정무적 결정'에 따른 것으로 보여 박탈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취업 준비생인 대학생 B(26) 씨는 "말마따나 9급 공무원도 수년간 공부하고 시험 치러야 겨우 붙는 시기인데 또래 청년을 갑자기 '청년비서관'이랍시고 높은 직위에 앉히면 박탈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어쩌다 타이밍이 좋아서 출세한 거라고 비쳐질 수밖에 없지 않나"고 지적했다.
또 다른 취준생 C(25) 씨는 "취업 시장에서도 불공정 채용, 내정자 논란 등으로 마음고생 하고 있는데,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본 게 아닌가"라며 "울화통이 터지는 게 당연하다"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는 정치권이 청년 문제의 '본질'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정치권이 보는 공정과 청년이 인식하는 공정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서로 인식하는 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청년들에게 공정은 취업, 학업 등과 연결되는 생존 문제이지만 정치권에서는 그저 이슈 중 하나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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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정부, 정당들은 청년비서관 직을 만드는 등 단순히 상징적인 수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오늘날 청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양한 현실 문제들에 밀착 접근하고 논의하며 해결 의지를 보여야 청년 세대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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