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올해 '조심조심' M&A 행보 "내년에도 비은행 강화"(종합)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올해 인수합병(M&A) 성적표가 당초 목표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이 신년사를 통해 M&A 의지를 드러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투자여건이 급변하면서 M&A시장에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시장에서의 M&A 성과가 저조했다.
다만 각 금융지주 모두 올해 경영 불확실성 속에서도 비은행 부문 강화를 통해 실적을 선방했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내년에는 더욱 치열한 M&A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국내 주요 금융그룹의 올해 M&A 및 자회사 신설 건수는 11건으로 지난해(9건)보다 2건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증가는 KB금융의 M&A 및 자회사 신설 건수가 지난해 1건에서 올해 7건으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반면 신한금융의 경우 지난해 4건에서 올해 1건으로, 같은 기간 우리금융도 3건에서 2건으로 줄었다. 하나금융은 작년과 올해 모두 1건으로 동일했다.
다만 KB금융의 경우도 올해 새로운 M&A 시도에 나섰다기보다는 이미 예년부터 진행됐던 계약을 완료한 건수가 대부분이라 ‘뿌린 씨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일례로 지난 4월 캄보디아 최대 예금 수취 가능 소액대출금융기관(MDI)인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 지분 70%를 인수한 사례는 앞서 지난해 12월 인수계약이 체결된 건이다. 또 6월 인도네시아 여신금융전문회사 PT 파이낸시아 멀티파이낸스 지분 80%를 인수한 사례도 지난해 11월 계약된 건이고 8월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의 지분 총 67%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한 것도 2018년 7월 지분 22%를 취득하면서부터 진행해왔던 건이다.
여타 금융지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적극적 매물 탐색에 나서기보다는 시장 상황에 맞는 다소 온건한 행보를 보였다. 신한금융이 9월 인수 완료해 17번째 자회사로 편입한 벤처캐피탈 네오플럭스는 유동성 위기에 몰린 두산그룹이 구조조정을 위해 내다 판 회사다. 하나금융이 2월 인수한 더케이손해보험은 수익성 악화로 한국교직원공제회가 결국 지난해 10월부터 매각 추진에 나섰던 곳이다. 당초 증권·보험사에 관심을 가졌던 우리금융의 경우 지난 2017년 우선매수권을 확보했던 아주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을 이달 각각 자회사와 손자회사로 편입 완료했다. 코로나19로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았고 특히 최근 각 금융지주사의 실적이 비은행 포트폴리오에서 판가름나면서 우선매수청구권 유효기간 1년 연장에도 불구, 아주캐피탈 등 인수에 속도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제로금리, 코로나19 등 악재 속에서도 금융지주사들이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내면서 그동안 주력해왔던 비은행 부문 강화가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사들의 M&A 경쟁이 내년에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실제 KB금융은 4월 푸르덴셜생명보험 지분 100%를 약 2조2200억원에 인수, 단숨에 시장점유율 확대를 꾀했다. 지난해 기준 KB생명과의 합산순이익은 업계 5위권에 이른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지난 3분기말 KB금융은 1조166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전분기 대비 18.8% 개선된 실적을 이뤄냈다. 염가매수차익(인수 대상 기업의 가치보다 저가에 인수됐을 때 발생하는 차익)의 효과가 있었지만 영업이익 일부도 반영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말 30.8%였던 비은행 순이익 비중은 40.3%까지 늘었다.
KB금융은 내년에는 고성장이 예상되는 동남아시아 시장과 투자안정성이 높고 국내 고객의 해외 투자 선호도가 높은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진출을 추진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최근 수년 간 캄보디아, 미얀마,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 디지털 뱅킹, 오토 파이낸스(Auto Finance), MFI, 증권업 등에 신규 진출해 동남아 시장의 이해도 및 경험을 축적한 만큼, 소수의 거점화 및 타켓국가에 집중해 제2의 마더마켓(Mother Market)화 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신한금융은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생명의 이익이 10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지난해 인수한 오렌지라이프 편입 효과도 본격적으로 나타나 그룹 이익의 체질 개선을 견인했다. 신한금융은 향후 선별적인 포트폴리오 확장을 검토할 예정이다. 특히 자본시장 영역 및 손해보험 등 미보유 포트폴리오는 물론, 그룹의 플랫폼과 연계성이 높은 테크기업, 글로벌 이머징 시장 등을 지속 탐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나금융은 단순 규모의 경제에 기반한 M&A보다는 그룹의 지속 가능하고 장기적인 성장과 사업포트폴리오 강화 및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며주주, 손님 및 기업가치 제고가 가능한 대상 회사가 있다면 전략적 우선 순위로서 비은행 M&A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보험사업 부문 뿐만 아니라 그룹의 전 사업영역에서 위와 같은 원칙하에 M&A를 검토할 것이고 또 글로벌과 디지털 부문의 확장성까지 고려한 비은행 부문 M&A를 통해 그룹 차원의 비유기적성장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새해에도 종합금융그룹 사업포트폴리오 라인업 완성 및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증권 등 M&A 기회를 지속 모색할 예정이다. 다만 당분간은 그동안 계열사로 편입한 회사들을 집중 관리, 육성해 자체적인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제고하고 은행 등 계열사들과의 시너지 창출에 힘쓰는 등 내실화를 도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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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은 최근 수년간 비은행 부문 강화에 주력해왔다"면서 "시장 상황 등에 따라 세부 전략은 달라질 수 있지만 주주가치 제고,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확고한 원칙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M&A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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