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중대재해기업처벌법 문제점은?…재계 "과도한 처벌·연좌제 같다"
[아시아경제 우수연 기자]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경영계가 숨 돌릴 틈 없이 또다시 초긴장 태세다. 최근 '기업규제 3법'과 '노조 3법' 등 기업을 옥죄는 법안이 무더기로 본회의를 통과한 데다 이번에는 여야가 합세해 중대재해법 제정에 속도를 내면서 경영계가 벼랑 끝 호소에 나섰다.
16일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와 업종별 협회 30개 단체는 중대재해법의 제정을 반대하는 입장문을 내고 입법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중대재해법의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하는 경영계의 입장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중대재해법은 어떤 법안인가?
▲기업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법인ㆍ사업주ㆍ원청업체 등)'에게 실질적 처벌을 부과하는 법안이다. 최소 2~5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의 벌금, 최대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규정을 담았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과 중대재해법의 차이는?
▲산안법은 법인을 법규 의무 준수 대상자로 적용하고 사업주는 안전보건 규정을 위반할 경우에 한해서만 처벌을 받는다. 반면 중대재해법은 법인과 별도로 사업주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는다. 그런데 법의무 준수 범위가 '유해ㆍ위험방지' 수준으로 추상적이고 모호해 많은 기업인이 우려하고 있다. 또한 산안법은 사망사고 시 사업주에 대한 징역 및 벌금의 하한선이 따로 없지만 중대재해법은 하한선(2~5년 이상 징역, 5000만~5억원 이상 벌금)을 만들어 처벌의 수위를 높였다. 상한선도 산안법 1억원 이하의 벌금에서 중대재해법은 10억원 이하로 높였다.
법인에 대한 처벌도 산안법은 10억원 이하 한도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으나 중대재해법은 10억원 이상 30억원 이하로 높였고 가중 처벌의 경우 매출액의 10%까지도 부과할 수 있다. 여기에 징벌적 손해배상책임(3~5배)까지 벌금을 부과하면 중소기업의 경우 파산 위험에 처해질 수도 있다.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제단체 관계자들이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 재정에 대한 경제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원본보기 아이콘-경영계가 바라보는 중대재해법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우선 헌법 및 형법 기본 원칙과 원리에 위배된다. 법에서 사망사고의 책임이 있다고 간주하면 경영자가 컨트롤이 불가능한 영역으로 인한 사고에 대해서도 중벌을 받을 수 있다. 이는 형법의 '책임주의 원칙' 위배다. 경영자의 책임과 관리를 벗어난 사고에 대해서도 무조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원청업체 입장에서는 사업장과 사업주가 다르더라도 원ㆍ하청 관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중대재해에 대해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 무조건적 연대책임을 지는 연좌제와도 같다. 또한 사업주나 원청업체에 부과된 책임 의무 범위가 '유해ㆍ위험방지' '안전보건을 위한 관리 등 의무' 수준으로 매우 모호하다. 규정이 모호하고 광범위하다는 의미는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처벌할 수 있다는 말로밖엔 들리지 않는다. 또한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고의로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통 과실이 원인인데 과실범에게 2년 이상의 실형과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청구하는 것은 과도한 처벌이라는 생각이다. 이는 헌법상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
-해외 선진국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노동 선진국인 영국의 경우 1970년대 보건안전법 제정 이후 획일적 규제에서 벗어나 기업 자율 책임관리 방식으로 안전관리 정책 기조를 전환했다. 행정당국이 법위반 적발이나 기소보다는 안전시스템의 점검에 역량을 집중하고 사고 결과에 한해 적합한 책임을 묻고 있다. 또한 2007년 도입된 법인과실치사법의 경우 영국 내부에서만 13년 동안 심도있는 사회ㆍ정치적 논의를 거쳐 제정됐다. 기업의 경각심을 높이는 차원에서 법인에 대한 벌금을 대폭 강화하고 사업주 개인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도록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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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법안ㆍ정책 차원에서 중대재해를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우리나라도 산업안전정책의 기조를 현행 '사후처벌'에서 '사전예방'으로 바꿔야 한다. 사업장에서 사망사고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사전예방 중심으로 패러다임 기조를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산안법상 사망재해 발생 시 처벌 수위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법인 벌금 10억원 이하, 사망시 형량 가중 50%)이지만, 지난해 기준 노동자 1만명 당 산재사고 사망자 수는 46명으로 주요 국가(미국 37명, 일본 16명, 독일 15명, 영국 4명)보다 훨씬 많다. 실질적인 사망 사고 감소효과를 위해서는 전문성과 산업 현장의 특성에 기반한 산재 예방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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