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국의 산업은 넛크래킹 상황에 놓여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고품질 전략으로 가자니 바로 밑의 일본이 고품질 산업에서 승승장구하고 있고, 저가격 전략으로 가려하니 바로 위의 중국이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저가 시장을 제패하고 있었다. 요즘은 신-넛크래킹이라 하여, 중국의 제품의 품질이 높아지고, 일본의 제품 가격이 저렴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수업시간에 자주 소개하며, 앞으로 우리나라는 어떤 전략으로 가야할지에 대해 학생들과 토론을 하곤 한다.
이러한 토론에서 학생들은 품질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정의부터 고민하게 된다. 품질이라는 용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물건의 성질‘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품질은 늘 ‘개선’의 영역에 있다. 어제보다 오늘이, 그리고 오늘보다 내일의 품질이 좋아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택배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했을 때 과거에는 2-3일에 걸려 배송되던 것이 이제는 하루만에 목적지에 도착하고, 앞으로는 당일, 혹은 몇 시간 내에 도착하게 된다면 이를 보고 우리는 택배서비스의 품질이 개선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품질은 또한 다양한 영역을 가지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택배 서비스를 계속 예시로 들어보자. 택배 서비스를 일반적으로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서비스의 이용료인 ‘가격‘, 배송 속도인 ‘시간’, 배송 사고나 물품 파손과 관련된 ‘안정성‘, 물건을 배송시키기 위한 곳과의 ‘접근성’ 등이 있을 것이다. 더 추가하자면, 택배 기사의 친절함이나 배송 조회 등과 관련된 시스템도 품질 요소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품질 속성은 각 산업별로 다를 수 있다. 다만 산업 내에서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즉, 산업별로 중요한 품질 속성이 다르다. 또한 품질의 주요한 특성은 늘 기준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어떤 품질도 절대적이지는 않다. 각 산업별로 기술 발전에 따라 비약적으로 품질이 발전하기도 하며, 새로운 품질 속성의 발견으로 품질의 새로운 표준이 정립되기도 한다. 또한 산업별로 융복합이 일어나면서 다른 산업의 품질 속성이 타 산업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이에 따라 과거의 품질 기준과 현재의 품질 기준은 판이하게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처럼 품질이란 계속해서 변화하고, 다양한 속성을 가지기 때문에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이라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산업별로 다르기 때문에 품질에 대해 정확한 정의를 내리는 것은 어떻게 보면 무의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품질은 어떻게 정의하고 관리할 수 있는가? 아이러니하게도 품질은 상대적이지만, 명확한 기준이 존재한다.
품질의 기준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거나 소비하는 고객이다. 고객은 해당 품질의 속성에 대해 각기 다른 중요도를 가지고있고, 다른 제품에 대해 자신만의 품질 기준을 가진다. 또한 다양한 기업에서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을 평가하는 품질 관리사의 역할도 수행한다. 즉, 기업의 품질 수준은 결국 소비자에 의해 결정된다.
소비자는 다양하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성별에 따라 다른 소비 패턴을 가지고 있고, 세대별로도 다른 소비 문화를 가지고 있다. 또한 기업의 시장이 국내가 아닌 전 세계로 확장된 현대에는 국적별로, 문화권별로 다른 소비 패턴과 소비 문화를 가진, 다양한 니즈의 소비자를 상대해야 한다. 즉, 품질이 이토록 복잡해진 것은 바로 복잡한 소비자의 니즈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품질의 절대적 기준인 소비자 때문에 품질은 상대적이다.
많은 기업들은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만이 품질 향상인 것처럼 생각하고 연구개발비에만 막대한 자본을 투하하기도 한다. 물론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앞서 이야기한대로 새로운 품질 속성을 최초로 발견하여 시장 신규진입자로서의 우월적인 위치를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반대로 개발한 품질 속성이나 기술이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지 않아 투자대비 성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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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은 곧 ‘소비자’다. 소비자가 어떤 기술을 원하고 현재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무엇에 불만족하고 있는지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어떠한 품질향상도 무의미할 수 있다. 품질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가? 지금 제공하고 있는 품질이나 서비스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싶은가? 그렇다면 새로운 품질관리기법을 찾거나 기술개발에 투자하기에 앞서 먼저 우리의 소비자를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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