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택배기사 처우 개선, 결국 소비자가 부담 떠안나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12일 정부가 내놓은 '택배기사 과로 대책'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대책이라기보단 또 다른 걱정거리를 안겨준 것만 같다. 택배기사들은 일감이 줄어 소득이 감소할 것을, 소비자들은 택배료가 오르거나 배송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택배기사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가 전혀 없는 상태여서 정부 대책이 더욱 공허하게 들린다.
정부 발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설익고 모호한 대책만 가득하다. 택배사에 1일 최대 작업시간 기준 마련을 '유도'하고, 심야배송 제한을 '권고'하며, 토요일 휴무제 등 주 5일 작업체계를 '유도'한다고 표현했다. 즉 업무량ㆍ근무시간 제한 등의 방침에 법적 강제성이 없어 사업주의 자발적 참여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당수 택배기사는 일반 근로자가 아닌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여서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국회에 계류된 '생활물류 서비스산업 발전법'이 통과돼야 택배기사 권익을 보호할 표준계약서 마련 등 실질적 조치가 가능하다.
택배업계 하청 구조와 불공정 관계도 문제다. 택배사는 여러 개의 대리점과 대리점은 택배기사들과 다단계 하청 계약을 맺고 있어 택배기사는 '을 중의 을'이다. 온라인쇼핑몰 등 대형화주가 택배료를 다시 가져가는 백마진(리베이트) 관행도 성행하고 있다. 최근 택배사들이 인력 충원 등 보호책을 발표했지만 결국 택배기사들에게 부담이 전가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또한 처우 개선을 명목으로 택배료가 오르거나 배송이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민감한 문제를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택배기사 과로방지대책 협의회)에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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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사는 수년간 출혈경쟁을 지속해왔다. 이 때문에 택배료는 하락했고 택배기사의 소득 수준과 처우가 열악해졌다. 그러나 정부는 업체 간 과다경쟁을 막을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대형화주와 택배사, 대리점, 택배기사로 이어지는 갑을 관계는 그대로 남아있다. 택배산업 구조를 고치거나 택배기사 직접고용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은 어디에도 없다. 국민은 더 이상의 택배기사 사망소식을 원치 않지만, 여론에 떠밀려 내놓는 어설픈 대책 역시 바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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