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김치 좀 사먹으면 안되나요" 20·30 며느리…시어머니 갈등
11월 김장철…직접 담그지 않고 사 먹는 '포장김치' 인기
'올해 김장 계획' 설문조사, 주부 56.2% '김장 하지 않겠다'
일부서 사 먹는 김치 두고 세대 간 갈등도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 올해 처음으로 김장 김치를 담가야 하는 한 신혼부부는 대형 마트서 김치를 구매하려다 시어머니에게 볼멘소리를 들었다. 30대 초반 며느리 김 씨는 "요즘에는 사 먹는 김치도 워낙 잘 나와서, 굳이 집에서 김장하지 않아도 되는데 좀 아쉽다"고 털어놨다. 반면 60대 시어머니 이 모 씨는 "마트에서 돈 주고 사 먹는 김치 여러모로 편하다"면서도 "김장은 집안 행사이며 그 과정에서 속마음도 꺼내놓는 자리 아니겠냐"고 강조했다. 이어 "요즘 젊은 사람들 너무 편한 것만 찾아서 큰일이다"라고 덧붙였다.
11월 김장철을 맞은 가운데 김장을 하지 않고 가까운 마트에서 포장김치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런 상황을 달갑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김치를 담그면서 가족과 속 깊은 대화를 하는 등 김장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치 브랜드 종가집은 지난달 19~23일 종가집 블로그를 통해 총 2845명의 주부들을 대상으로 '올해 김장 계획'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56.2%가 김장을 하지 않겠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2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54.9%보다 1.3%포인트(p) 높은 수치다. 올해 김장을 포기한다는 주부들 중 '포장김치를 구입해 김장을 대체하겠다'는 답변은 62.6%로 지난해(58%)보다 4.6%p 증가했으며, 2018년(54%)에 비해서도 상승해 매년 꾸준히 증가 추세다.
매년 김장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이유로는 '고된 노동과 스트레스가 걱정돼서(31.2%)'가 가장 많았다. 이 밖에 '긴 장마로 배추 등 채소값이 비싸서(28.1%)', '적은 식구 수로 김장이 불필요해서(16.4%)'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에 사는 30대 여성 직장인 김 모 씨는 이른바 '김장 노동'에 대해 토로했다. 김 씨는 "김장 김치를 담근다는 것은 많은 노동이 필요하다"면서 "하루 종일 배추를 다듬고 하는 일은 허리도 아프고 몸이 쑤신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또 남자들은 김장 김치를 거의 만들지 않는데, 이것도 좀 문제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포장김치를 사서 김장 김치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갈등이다. 예컨대 시어머니의 경우 김장 김치를 선호하지만, 며느리의 경우 간단하고 편리한 포장김치를 원할 때 이런 갈등이 일어난다.
한 40대 여성 이 모 씨는 "과거에는 김치를 사 먹는다는 개념이 아예 없지 않았나"라면서 "요즘에는 마트에서 사 먹는 김치가 더 맛있고 또 편리하다. 김장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게 가장 마음에 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씨는 "그러나 이렇게 김장 김치를 사 먹는 상황은 집안에 어른이 있다면 미리 양해를 구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포장김치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국내 포장김치 시장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포장김치 시장규모는 2015년 1482억원에서 2019년 2832억원으로 4년간 2배 가까이 성장했다. 9월 기준 누적 시장규모도 248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약 18% 증가했다.
반면 이 씨 우려와 같이 일부에서는 김장을 포장김치로 대신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서울 강북에 거주한다고 밝힌 한 60대 여성 김 모 씨는 김장 김치를 담그는 과정에서의 일종의 가족애를 강조했다.
김 씨는 "김장 김치를 담그면서 속 깊은 얘기도 나누고, 그러면서 소통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장 노동에 대해서는 "예전에는 며느리가 혼자 다 했다면 요즘에는 그렇게 시키는 시어머니는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김장에 대한 부담감도 전년보다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올해 김장에 대해 부담을 더 느끼는지'에 대한 질문에 '많이 느낀다’고 답한 응답자는 35.6%, '조금 느낀다'는 31.4%로, 전체의 67%가 지난해보다 올해 김장에 대해 더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그 이유로는 '김장 재료 구매 비용이 비싸서'라고 답한 응답자가 44.4%를 차지해 가장 많았으며, '체력적으로 부담돼서'라는 응답은 29.2%, '김장에 자신이 없어서'는 18%,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4.6% 등 순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면이 부담돼서'라는 이유도 3.8%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보다 김장을 줄일 계획'이라는 응답자 중 40.5%가 줄어든 김장을 '시중 포장김치로 대체하겠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필요한 양만큼 간편하게 구입할 수 있어서'라는 답변이 45.7%를 차지해 높은 편의성을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김장이 힘들고 번거로워서'라는 응답자가 29.6%였다.
'포장김치로 김장을 대체하겠다'는 응답자도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올해 김장 대신 '포장김치를 구매하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62.6%로 지난해(58%)보다 4.6%p 증가했고, '가족·지인에게 얻음(25.4%)', '아직 계획 없음(11.7%)'순이었다. 특히 올해 3040 '김포족(김장 포기족)' 중 포장김치 구매 의사를 보인 응답자는 63%로 지난해(57.8%) 대비 5.2%p 상승했다.
관련해 미혼인 30대 여성 회사원 박 모 씨는 "김장을 직접 하느냐, 포장 김치를 사먹느냐 얘기가 많은데, 요즘에는 딱히 '겨울이라고 김장 김치를 먹는다'는 개념도 점차 없어지는 것 같다"면서 "그냥 본인들이 먹고 싶은 걸 많이 먹는 것, 그게 가장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포장김치는 일반 배추(포기) 김치 외에 갓김치, 파김치 등 별미김치 수요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종가집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파김치' 매출은 전년 대비 103% 늘었다. '갓김치'와 '물김치' 매출은 각각 80%, 82% 증가했다. 물김치(동치미, 나박김치), 파김치, 갓김치 등을 아우르는 별미김치 전체 매출은 2분기(4~6월)에만 전년 동기 대비 약 51%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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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김치가 인기를 끌면서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20대 회사원 이 모 씨는 "부모님이 김치를 해주시기도 하지만, 가끔 마트에서 편리하게 주문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면서 "꼭 김장철에 포장김치를 찾는 것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주문해서 김치를 먹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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