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전의 전투기는 당대 첨단기술의 결정체다. 초음속 전투기 조종사의 임무수행도 탁월한 본능적 감각에 훈련으로 축적한 경험과 지식이 총동원돼 인간역량의 한계치를 넘나드는 수준에서 진행된다. 그런데 지난 8월 하순 인공지능(AI)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공중전에서 숙련된 파일럿에게 승리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미국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관한 '알파독파이트(AlphaDogFight)'라는 명칭의 F-16 전투기 공중전 대회에서 AI가 미국 공군의 탑건에게 5대 0으로 완승했다. 전투기 공중전은 지금까지 AI와 인간이 대결했던 서양장기 체스, 동양의 바둑 등 정태적인 2차원 평면과는 구분되는 3차원의 역동적 공간이어서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AI가 인간을 능가했다는 흥미 위주의 단순도식을 벗어나서 본 프로그램은 미래의 디지털 기술 선도역량 및 인간과 AI의 협력이라는 관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남겼다. 향후 AI 기술 확장의 방향성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먼저 디지털 시대에는 참가자 모두가 신참이기에 선두와 후발의 개념이 없으며, 아날로그 시대의 업력과 규모에 상관없이 선도적 위치의 확보가 가능하다는 대목이다. 최종적으로 우승한 AI는 미국의 중소기업 헤론시스템스(Heron Systems)에서 개발했다. 헤론의 AI는 다른 7개 회사에서 제출한 AI와의 토너먼트를 거쳐 인간과 대결하는 결승전에 올랐다. 준결승에서 만난 상대방은 최첨단 전투기인 F-22와 F-35를 제작하는 록히드-마틴의 AI였다. 전투기는 물론 군용 항공기 전반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거대회사를 물리치고 결승에 진출했으니 그야말로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는 비유가 들어맞는다. 헤론의 우승은 디지털 기술의 신세계에서는 기술적 선도자의 위치가 과거 아날로그 시대와는 달라진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또한 미국 국방부의 프로그램 기획의도를 이해해야 한다. 지금까지 체스, 퀴즈, 바둑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와 인간의 대결로 관심을 모으는 흥행성 이벤트가 이어졌다. 이와 달리 이번에는 미래의 공중전에서 AI가 인간 조종사를 지원하는 도구로서의 잠재력 확인이 주요 목적이었다. 미군은 미래 전투현장의 기본조건으로 인간과 AI가 팀을 이뤄 적과 싸우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육군은 병사와 AI로봇들로 부대를 편성하고 해군은 유인선과 무인선이 함대를 구성하며 공군은 유인기와 무인기가 편대를 이루는 개념이다. 본 프로그램은 공중전이라는 격동하는 전투상황에서 인간과 AI가 상호보완하면서 협력 가능한 영역을 확인하려는 목적이었다. 미래 디지털 시대에 인간과 AI의 기본적 관계와 협력구조에서 시사점을 준다.
AI는 디지털 시대의 핵심기술이다. 산업혁명시대의 엔진, 정보화시대의 컴퓨터처럼 AI는 미래의 산업은 물론 사회경제 전반의 인프라적 기술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도 일각에선 AI를 숙명적으로 인간과 대결하는 파괴적 기술로 치부하는 입장도 존재하지만 이미 우리나라 기업들의 제조, 마케팅, 연구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돼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본질적으로 AI는 인간이 만든 도구로서 '인간은 도구를 만들고 도구는 인간을 만든다'는 상호작용의 관점이 필요하다. AI 전문가인 미국 MIT대학의 앤드류 맥카피 교수는 '인간과 기계의 대결'이라는 감성적 관점에서 벗어나 '인간과 기계의 협력'으로 전환이 필요하며 앞으로 인간역량의 핵심은 기계와의 협력능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국방부는 미래 전투환경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AI의 협력이 필수적 요소라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동일한 맥락에서 미래 사업환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시대 기업의 생존과 번영에서 기본조건은 인간과 AI의 협력능력에 있다. 현 시점에서 AI기술의 도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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