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돈 돌아온다…한 달 새 은행 정기예금 7조 '껑충'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이 무려 7조원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1조원 가량 늘어난 것에 이은 2개월 연속 증가세다. 예금 이자율이 0%대까지 떨어지는 등 초저금리 시대 속 이례적 급증세다. 특히 개인보다 기업, 개인 중에서는 자산가를 중심으로 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5대 은행 정기예금 지난달 7조 넘게 급증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정기예금 잔액은 635조796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628조6202억원) 대비 7조1762억원이나 늘어난 규모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3월 652조3277억원을 기록한 뒤 넉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감소 폭도 4월 2조7079억원, 5월 5조8499억원으로 갈수록 가팔라지면서 6월(10조6785억원)엔 한 달 만에 10조원이나 넘게 빠져나가는 이상현상을 보였다. 코로나19가 다소 진정세를 보였던 7월에는 전월에 비해 감소폭(5조4259억원)이 절반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5조원을 웃돌며 정기예금에 대한 매력이 저하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올해 들어 은행 예금금리가 연 0∼1%대로 낮아지면서 이자 측면의 매력이 떨어지자 투자자들이 더 나은 투자처를 찾아 자금을 빼낸 탓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면서 정기예금에 묵혀둘 만한 여유 자금이 이전보다 축소된 탓도 있었다. 여기에 신용대출로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열풍'도 한몫 했다.
0%대 금리에도 늘어 "부정적 경기전망 우려 탓"
현재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연평균 0.8~0.9%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5%와 비교하면 1년 새 약 0.8%포인트 떨어졌다. 1억원을 정기예금에 넣어봤자 연간 이자가 100만 원도 안 된다는 의미다.
이 같은 초저금리 속에서도 8월 1조원에 이어 지난달 정기예금이 7조원 넘게 급증한 것은 그만큼 앞으로의 경기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여실히 보여준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1년 경제ㆍ금융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우리 경제가 부진한 회복세를 나타내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7%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평균 성장률(2011~2019년 2.9%)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특히 연구소는 올해 성장률이 -1%대임을 감안하면 올해와 내년의 평균 성장률은 0%대를 나타낼 것으로 봤다.
"현금 확보하자" 개인보다 기업 중심 증가폭 확대
특히 정기예금 증가폭 확대는 개인보다 기업을 중심으로 두드러졌다. 이는 기업들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적극적 투자 대신 안정적 기업 운영 및 향후 대응 전략 마련을 위해 현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A은행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정기예금 잔액 증감은 개인보다는 기업 고객에 의해 좌우된다"면서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대기업들이 1년 이하 정기예금에 가입했고, 중소ㆍ중견기업도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산가들 중심 자금 몰려…안전자산 선호 탓
개인 고객 중에서는 자산관리(WM)부문의 주요 고객인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자금이 몰렸다.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여유자금을 그냥 은행에 묶어두려는 자산가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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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은행 관계자는 "개인 고객은 물론, 대기업과 중소ㆍ중견기업 모두 정기예금 잔액이 골고루 늘었다"면서 "특히 개인 고객 중에서는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한 정기예금 증가분이 두드러졌는데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위험자산 대신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경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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