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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우드로 윌슨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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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주한미국대사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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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1917년 1월22일, 당시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은 의회 합동연설에서 1차 세계대전이 한참 진행 중인 유럽을 이야기하며 미국이 이 전쟁에 절대 참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윌슨 대통령은 "승리 없는 평화"가 필요하다면서 "적에게 승리해 얻는 평화는 영원한 평화가 아닌 사상누각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전쟁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에서는 이 발언에 대한 찬반 여론이 크게 엇갈렸다. 미국 언론들은 "돈키호테 같은 생각"이라며 몽상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기 바빴다. 전 세계가 전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비현실적 내용이라는 비난이 줄을 이었다. 자신의 정치 인생 전반에 걸쳐 '반전'을 주요 키워드로 내세워 온 윌슨 대통령은 이런 비난에도 자신의 신념을 계속 밀어붙이려 했다.

앞서 1915년 5월, 독일의 무제한 잠수함 작전으로 영국 상선 루시타니아호가 침몰하고 탑승했던 미국시민 128명이 한꺼번에 사망했을 때도 윌슨 대통령은 평화를 강조하며 분노한 미국 내 여론을 억누르는 데 바빴다. 독일이 별다른 사과 없이 인명 피해에 대한 배상 합의안만 내밀었지만 윌슨 대통령은 이를 재빨리 수용해 사태를 일단락시켰다. 이때의 정치적 후폭풍으로 윌슨 대통령의 인기는 급락해 1916년 재선에서 자칫 낙선될 뻔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도 평화를 외치던 그의 신념은 승리 없는 평화를 발표하고 고작 한 달이 지나자마자 깨져버렸다. 1917년 2월24일 당시 독일 외무부 장관이었던 아르투어 치머만이 멕시코 정부에 미국을 후방에서 공격해주면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등 미국에 잃은 영토를 돌려주겠다 약조한다는 이른바 '치머만 전보'가 발표되자 반전평화론은 미국 내에서 완전히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윌슨 대통령은 신념을 위해 정권을 놓을 생각이 있던 인물은 아니었다. 그는 곧바로 잔혹한 전쟁주의자로 변모했고, 1917년 4월 독일에 선전포고했다. 전국에서 200만명이 넘는 청년이 징집돼 유럽으로 파병됐고, 미국 내부에서 반전평화운동과 노동운동을 벌이던 단체들은 모두 정부의 탄압을 받게 됐다. 이 과정에서 과격한 백인우월주의 집단으로 알려진 '큐 클럭스 클랜(KKK)'과도 손을 잡았다. 손바닥 뒤집듯 정치 신념이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1차 대전 전후 그의 주창으로 창설된 국제연맹에 정작 미국은 참여하지 못하게 된 것도 그의 이중적 행보에 대한 미국 내 여론 악화가 크게 한몫했다. 그 자신은 국제연맹 창설 업적으로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했고, 그가 외친 '민족자결주의'는 전 세계 모든 국가의 교과서에도 수록됐다. 하지만 정작 미국에서는 여전히 두 얼굴의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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