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국민 죽었는데 "계몽군주", "화장"이라는 與…시민들 "도대체 누구 편이냐" 분통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유시민 "계몽군주"…이낙연 "화장" 與 발언 논란
시민들 "사과했다고 국민 죽인 사실 변하나"
野 "성은이나 입은 양 떠들어대" 비판
대북규탄결의안 불발…국민의힘 장외투쟁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사진=연합뉴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사진=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한승곤·강주희 기자] 북한군이 우리 공무원을 총격해 사망하게 한 사건에 대한 여권 인사들의 발언을 두고 시민들의 분통이 이어지고 있다.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김 위원장을 '계몽군주'에 비유하는가 하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진보진영 방송인 김어준은 총격으로 사망한 공무원에 대해 '화장(火葬)'이라는 단어 사용했다. 이 밖에도 일부 여권 인사들은 김 위원장의 사과를 두고 '이례적', '남북관계 의외로 좋아질 수 있다' 등 잇따라 긍정 평가를 내놓고 있다.

국민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당한 참극이 벌어졌음에도 김 위원장의 단 한 번 사과로 강경했던 입장이 단숨에 변화하는 모양새다. 정부와 여당이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나 재발 방지 등을 모색하기보다는 파장 잠재우기에만 혈안 돼 북한을 지나치게 두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김 위원장은 25일 청와대에 이번 사건에 대한 사과의 뜻을 담은 통지문을 보냈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사과 입장을 밝혔다.


북한의 통지문이 공개되자, 여권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사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반색하고 나섰다.

유 이사장은 지난 25일 재단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한 10·4 남북정상선언 13주년 기념행사에서 김 위원장이 보낸 통지문에 대해 "우리가 바라던 것이 일정 부분 진전됐다는 점에서 희소식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십 스타일이 이전과는 다르다"며 김 위원장을 "계몽군주 같다"고 표현했다. 계몽군주란 계몽 사상가의 영향을 받아 합리적이며 개혁적인 정치를 추구하는 군주를 의미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서울 양천구 예술인센터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서울 양천구 예술인센터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그런가 하면, 이낙연 대표는 북한이 우리 공무원을 사살한 이번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화장'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 대표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북한군이 실종된 공무원의 시신을 불로 태웠다는 국방부 추측에 대해 "시신 화장 여부 등에서 남북의 기존 발표는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가 '시신 화장'이라고 언급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이 대표 측은 "시신을 불태워 훼손됐는지, 찾을 수 있는지, 공동수습이 가능할지를 포함해서 공동조사를 해보자는 큰 틀에서 말했던 것"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방송인 김어준도 25일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여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해상 총사격을 하고 '화장'해버린 것 아니냐"라고 말한 바 있다.


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 참석해 북한의 통지문에 대해 "매우 신속하게 답이 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이 지금까지 유감이라는 표현을 쓴 사례는 몇 번 있으나 미안하다는 구체적 표현은 지금까지 딱 두 번 사용했다"며 "하나의 전문 속에서 두 번씩이나 (미안함을) 밝힌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2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최근 10년 동안 남북 사이에 갈등이 극에 달했던 사건 중에 북한이 공식적으로 사과한 경우가 있었느냐.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또 "분단 이후 북한의 최고 책임자가 대한민국 국민에게 사과한 적이 있었느냐"며 "이것 또한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설훈 의원은 아예 이번 사건에 대해 "의외로 남북관계가 좋아질 수 있는 소지가 생길 수 있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북쪽이 당연히 사과를 하고 '우리가 상황을 잘 몰랐다. 죄송하다' 이렇게 나오면 의외로 남북관계가 좋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군에 의해 우리나라 국민이 피살 당하는 처참한 상황이 벌어졌음에도 여권 일각에서 북한을 두둔하는 발언이 나오자 시민들 이해할 수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직장인 A(27)씨는 "여권 인사들의 편 들어주기식 행태는 우리 국민 죽인 북한에도 예외 없이 적용됐다"며 "북한이 사과했다고 해서 우리나라 국민이 북한에 의해 죽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정부와 여당은 도대체 누구 편인가. 우리나라 정부가 맞는지 귀를 의심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직장인 B씨도 "국민을 위해 있어야 하는 것이 대통령, 국회의원 아닌가"라며 "우리나라 국민이 죽고 불타는 끔찍한 일을 겪었는데 사과했다고 좋아할 일인가. 이러고도 국민을 위하고 대표하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나"라며 분노를 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북한의 우리 국민 살해 만행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북한의 우리 국민 살해 만행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원본보기 아이콘


정치권에서도 정부와 여당의 향한 비난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2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화장' 발언에 대해 "북한은 부유물에 불을 질렀다고 했고, 우리 정부는 북한이 방역 차원에서 시신을 불로 태웠다고 이야기했다. 어느 누구도 장사지냈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이 단어 선택은 여당 지도부가 이 사건을 얼마나 왜곡하고 은폐하려 애쓰는지 잘 말해준다"고 꼬집었다.


홍경희 국민의당 수석부대변인은 전날(26일) 논평을 내고 "국민적 정서에 눈을 감은 한심한 작태"라며 "억울한 매를 맞고 응당 받아야 할 사과를 마치 성은이나 입은 양 떠들어대는 노예근성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기현 의원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을 사살하는 행위는 전시에도 금지되는 반인륜적 범죄행위"라며 "이런 범죄자에 대해 '계몽군주'라느니 '이례적'이라느니, '희소식'이라느니 하며 호들갑 떠는, 이 썩어빠진 굴북(屈北) 세력들의 정신승리는 가히 기네스북에 오를만하다"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생명"이라면서 "그저 통일전선부의 통지문이 한 장 왔을 뿐, 북한 정부나 국가원수의 공식 사과가 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 그런 의미에서 대북규탄 결의안은 채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한 국회 차원의 대북 규탄 결의안 채택은 사실상 불발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여야는 28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대북규탄결의안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의 진상규명을 위한 대정부 긴급현안질의를 요구했으나 민주당이 이를 거부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앞서 민주당은 먼저 대북규탄결의안 채택을 추진했지만 김 위원장의 사과 이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27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번 사태의 진상규명과 문 대통령의 직접 해명·사과를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긴급현안질의는 국가적 중요사항이나 국민적 관심이 있는 일에 대해 여러 차례 해왔고, 민주당이 야당일 때도 많이 요구했다"며 "정쟁인지 아닌지 자기들이 규정할 권한이 없고 국민이 알아야 할 것은 야당의 질문을 통해 알려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12년만에 서울 버스파업 "웰컴 백 준호!"…손흥민, 태국전서 외친 말…역시 인성갑 "계속 울면서 고맙다더라"…박문성, '中 석방' 손준호와 통화 공개

    #국내이슈

  • 디즈니-플로리다 ‘게이언급금지법’ 소송 일단락 '아일 비 미싱 유' 부른 미국 래퍼, 초대형 성범죄 스캔들 '발칵' 美 볼티모어 교량과 '쾅'…해운사 머스크 배상책임은?

    #해외이슈

  • [이미지 다이어리] 누구나 길을 잃을 때가 있다 푸바오, 일주일 후 中 간다…에버랜드, 배웅시간 만들어 송파구 송파(석촌)호수 벚꽃축제 27일 개막

    #포토PICK

  • 기아, 생성형AI 탑재 준중형 세단 K4 세계 첫 공개 벤츠 G바겐 전기차 올해 나온다 제네시스, 네오룬 콘셉트 공개…초대형 SUV 시장 공략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코코아 t당 1만 달러 넘자 '초코플레이션' 비상 [뉴스속 기업]트럼프가 만든 SNS ‘트루스 소셜’ [뉴스속 용어]건강 우려설 교황, '성지주일' 강론 생략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