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총리 수사팀, 故 한만호 사장 ‘비망록’ 관련 보도 반박 나서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사장의 비망록 내용을 근거로 여권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과거 한 전 총리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 수사팀이 최근 언론을 통해 제기된 여러 의혹들에 대해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한 전 사장의 비망록에는 한 전 사장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한 전 총리에게 뇌물을 줬다고 진술했다가 법정에서 번복한 이유가 추가 기소의 두려움과 사업 재기를 도와주겠다는 검찰의 약속 때문이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20일 한 전 총리를 수사했던 수사팀은 한 전 총리 수사와 관련된 최근 일련의 보도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수사팀은 “MBC와 뉴스타파에서 언급한 한만호 전 사장의 소위 비망록이라는 서류는 한 전 총리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제출돼 엄격한 사법적 판단을 받은 문건”이라며 “대법원이 해당 문건과 다른 증거를 종합해 한 전 총리에 대해 징역 2년의 유죄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당시 재판부와 변호인이 위 노트 내용을 모두 검토했으므로 위 내용은 새로울 것도 없고 이와 관련한 아무런 의혹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한 전 사장은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동안 통상의 노트에 ‘참회록, 변호인 접견노트, 참고노트, 메모노트’ 등의 제목을 붙인 후 검찰 진술을 번복하고 법정에서 허위 증언을 하려는 계획 등을 기재했다”며 “한 전 사장은 위 노트를 법정에서 악용하기 위해 다수의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수사팀은 “당시 사법부는 증거로 제출된 이들 노트에 기재돼 있는 ‘검사의 회유 협박 주장’, ‘6억원 친박계 정치인 공여 주장’, ‘허위진술 암기를 통한 증언조작 주장’ 등이 모두 근거 없다고 판단하고 검사가 작성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한 전 총리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사팀은 한 전 사장의 위와 같은 허위주장을 위증으로 기소했으며, 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유죄를 인정, 각각 징역 3년, 2년을 선고했고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고 덧붙였다.
수사팀은 “언론사가 위와 같이 그 내용의 진위 여부에 관해 법원의 엄격한 사법판단을 받은 소위 비망록을 마치 재판과정에서 전혀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증거인 것처럼 제시하면서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언론에 대한 유감도 드러냈다.
또 수사팀은 ‘검사가 한 전 사장에게 굴욕감을 줘 허위의 증언을 암기시켰다’는 취지의 보도 내용과 관련 한 전 사장이 2010년 구치소에서 부모님을 접견할 당시 수사 검사와 수사관이 자신에게 잘 해주고 있다며 호의를 표시한 접견 기록과 한 전 사장의 법정 증언 등을 근거로 보도 내용이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수사팀은 ‘6억원을 친박계 다른 정치인에게 공여했다’는 보도와 관련 한 전 사장이 자신의 노트에 그 같은 취지로 기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한 전 총리에게 전달한 금품의 사용처를 허위로 만들어 내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수사팀은 그 근거로 한 전 사장이 수사 과정에서 9억원 전부를 한 전 총리에게 줬다고 진술했을 뿐 한 번도 그 중 6억원을 다른 정치인에게 줬다고 진술한 사실이 없다는 점과, 그 같은 내용이 적힌 노트를 법정에 증거로 제출했지만 법원 역시 한 전 총리에게 9억원 전부가 전달된 것으로 사실관계를 확정했고 한 전 사장은 위증 혐의가 인정됐다는 점을 들었다.
수사팀은 당시 한 전 사장을 70회 가량 소환조사했다는 보도와 관련 “당시 수사팀이 한 전 사장을 수회 소환조사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었다”며 “한 전 총리에 대한 금품 공여 사실이 적혀 있던 ‘채권회수목록’이라는 문건에는 다른 사람에 대한 금품공여 사실도 적혀 있어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문건의 신빙성을 검토하고 불법적으로 금품을 수수한 사람에 대해서는 수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수사팀은 채권회수목록에 금품을 받은 것으로 적혀있던 은행원은 실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형을 확정받았다고 밝혔다.
또 수사팀은 “한 전 총리를 기소한 뒤에도 한 전 사장을 소환했던 것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했던 한 전 총리가 기소된 이후에 비로소 법원에 새로운 주장을 하면서 관련 자료를 제출해 이를 검증하기 위해서였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수사팀은 ‘검사가 한 전 사장의 부모님을 만나 한 전 총리에 대한 진술을 하라고 겁박했다’는 보도와 관련 “수사팀은 허위 진술을 강요하기 위해 한 전 사장의 부모님을 조사한 것이 아니라 한 전 사장의 위증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구치소접견록’ 등 객관적 증거를 통해 한 전 사장의 부모님이 한 전 사장의 위증(진술번복)에 관여한 사실이 확인돼 그 경위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이후 한 전 사장의 부모님의 진술조서는 한 전 사장의 위증 혐의 재판에서 정식 증거로 채택됐고 판결문에도 유죄의 근거로 기재됐다는 게 수사팀의 설명이다.
한편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전 총리 사건의 진실이 10년 만에 밝혀지고 있다”며 “‘한만호 옥중 비망록’ 내용을 보고 많은 국민들께서 충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정황은 한 전 총리가 검찰의 강압수사와 사법농단 피해자임을 가리킨다. 법무부와 검찰에 요구한다. 부처와 기관의 명예를 걸고 스스로 진실을 밝히는 일에 착수하시길 바란다”며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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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한 전 총리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증인이 남긴 방대한 비망록을 보면 수사기관이 수십 차례 수감 중인 증인을 불러내서 협박하고 회유한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안다”며 “다시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끊임없이 거울을 들여다보듯 살펴야 한다는 게 저의 소신”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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