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포럼]모든 '연결'이 통하는 세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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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753년 작은 도시국가에서 출발한 로마는 '도로건설'이라는 국가핵심인프라로 이탈리아 전역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었다. 고대 페르시아와 중국도 상당한 도로를 갖고 있었지만 로마의 도로망은 단연코 최고였다. 도로는 군사ㆍ문화ㆍ경제 모든 것을 로마로 통하도록 '연결'시켰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지리적' 연결이 아니라, '데이터'와 '인적' 연결로 바뀌었을 뿐이다. 국제관계 및 세계 전략 전문가로 손꼽히는 파라그 카나 전(前)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이러한 현상을 커넥토그래피(Connectography)라 칭했다. 연결이라는 뜻의 'Connect'와 지리를 뜻하는 'Geography'를 합성한 것이다. 그는 21세기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연결이 운명이다"라고 주장한다.


이미 페이스북은 23억 8000만명을, 유튜브는 18억 명을 연결한다. 중국 14억 인구보다도 월등하며, 미국 3억 인구는 비할게 아니다. 중국의 틱톡(5억명), 시나 웨이보(4억 6500만명) 역시 '연결'을 추격하고 있다. 반면 IT강국이라고 자찬하는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이러한 경제지형도 밖에 있다. 국내 최대라고 하는 네이버가 운영하는 글로벌 연결플랫폼 '라인'은 약 1억 7000만 명 이며, 국민앱 '카카오'는 아쉽게도 국경내 숫자를(5000만명) 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매켄지 글로벌연구소의 연결지수에 따르면 상품ㆍ서비스ㆍ금융ㆍ사람ㆍ데이터 분야의 모든 흐름을 수용하고 전달하는 중심국가로 싱가포르(1위)ㆍ네덜란드(2위)ㆍ미국(3위)을 꼽는다. 한국은 16위지만 데이터(44위)ㆍ사람(50위) 분야의 연결성은 현저히 낮다. 이게 바로 '5G세계 최초 상용화, IT강국'의 현주소다. 그 원인은 안타깝게도 우리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정부의 '우물 안 개구리'격인 네트워크정책의 안일함 때문이다.

커넥토그래피(Connectography)의 가장 기초는 '네트워크'다. 네트워크가 저렴하고 신속하게 전세계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위에 수많은 사람과 데이터가 오갈 수 있도록 편리하고 즐거운 플랫폼이 발달되어야 한다. 로마 도로망을 기반으로 한 여객ㆍ운송ㆍ숙박 산업이 '네트워크'를 기화로 데이터ㆍ인적 연결을 통해 구글ㆍ아마존ㆍ네이버 등의 플랫폼 경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네트워크 정책은 플랫폼 경제융성과 친하지 않다. 우선 망접속료가 전세계적으로 비싼 나라다. 플랫폼 사업자가 지불하는 접속료는 Mbps당 9.22달러로서 미국의 4.3배, 유럽의 7.2배 정도고, 일본의 2달러, 싱가포르의 1달러 39센트보다도 현저히 높다. 더불어 국제망 1계위(Tier-1)사업자가 없어 외국의 플랫폼에 접속하는 것도, 우리 플랫폼이 외국에 진출하는 것도 용이하지 않다. 1계위 사업자는 다른 망사업자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접속할 필요가 없으며, 자사의 필요에 따라 무정산 상호 접속만으로 완전한 연결(Full Connectivity)이 가능한 '네트워크(망)사업자' 집단이다.

미국은 다수의 1계위 망사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영국ㆍ프랑스ㆍ스페인은 물론 일본ㆍ홍콩ㆍ인도 등도 1계위 망사업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1계위 망사업자가 없으므로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서비스를 국내 이용자에게 끌어오기 위해서는 값비싼 중계접속 비용을 부담하여야 한다.


'연결'이 '생존'으로 연결되는 시대에 이러한 네트워크정책으로 국내 플랫폼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다행히 우리는 네이버, 카카오, 왓차 등 글로벌 도약가능성을 보이는 플랫폼이 아직까지 생존해 있다. 생존에서 끝날지, 번영으로 갈지에 대한 열쇠는 정부의 네트워크 정책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로'없이 로마의 융성이 불가능 했듯, 빠르고 값싼 '네트워크' 없이 플랫폼 경제의 융성은 불가능하다.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한 시절이 있었듯이, 모든 연결이 서울로 통하는 호(好)시절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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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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