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산업국가들은 모두 실업에 대한 보호제도를 가지고 있다. 다만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 수급 대상을 비자발 실업에 국한하거나 자발적으로 그만둔 경우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또는 장기실업자에 한해 수급자격을 주고 있다. 자영업자는 근로자와 달리 창업만큼이나 폐업도 (자발적인) 사업적 판단에 의하는 특성이 있으므로 실업급여 의무 가입 대상으로 하는 나라는 드물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플랫폼 노동이 부상하면서 자영업자로 간주되지만 실제 일하는 방식은 임금근로자와 유사한, 경우에 따라서는 유무형의 노동비용을 회피하기 위한 고용주 목적 때문에 상업적 계약 형태로 일을 해야 하는 취업계층이 대부분 국가에서 늘어났다. 이 때문에 (임금근로자 성격을 띤) 자영업자의 실업 보호가 국제적 현안으로 떠올랐다.
근로자와 비슷한 특성을 공유하는 자영업자층에 한정해 실업급여 대상에 포함하는 독일ㆍ이탈리아ㆍ스페인 등이 있고, 룩셈부르크ㆍ프랑스처럼 자영업자 전체를 의무가입 대상으로 확장하는 사례도 있었다. 덴마크ㆍ스웨덴ㆍ핀란드도 자영업자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이들 나라는 근로자조차도 '겐트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자발적 실업급여 시스템이어서 미가입 자영업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입이 가능하다고 해서 근로자와 같은 조건에 같은 급여액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자영업자는 실업의 비자발성을 확인하기 어렵고, 근로자처럼 연속적으로 일했는지를 확인하기 어려우며, 소득산정 방식도 근로자와 동일선상에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례로 프랑스는 임금근로 실업자에게는 임금의 57%를 연령에 따라 최대 2~3년까지 지급하지만, 자영업 실업자에 대해서는 일당 약 26유로를 6개월까지만 지급한다. 룩셈부르크의 경우 근로자는 26주 일하면 받을 수 있지만, 자영업자는 2년 이상 사회보장제도 가입 및 6개월 이상 자영업을 했어야만 받을 수 있다.
가입 범위가 넓다고 꼭 좋은 제도는 아니다. 헝가리는 자영업자를 실업급여 제도 안에 포괄하고 있지만, 최대 수급 일수가 90일이어서 실효가 약하다. 영국도 자영업자를 포함해 목적세에 기반한 실업급여 제도를 운영하지만 급여액, 기간 모두 낮다. 이런 사례들을 볼 때 해당 나라에서 보호할 우선 순위가 높다고 생각하는 실업자에 대해 적절한 보호수준을 제공하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고용보험 확대 방향이라 할 수 있다.
6개월간 50만원을 지급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저소득 실업자 구제 제도로, 근로연령층 실업자가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지지해주는 1차적 고용안전망인 고용보험을 대체할 수 없다. 따라서 고용보험 적용 확대 논의는 중요하며, 해외에서도 긴급한 대상으로 논의되고 있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가 그 대상이 돼야 한다. 모든 자영업자로 의무가입 논의가 확대되면 재원의 문제에 더해 자영업자 특성 문제 등으로 적절한 보호수준을 제공하는 전향적 제도 도입이 어려울 수 있고, 더 발전해야 할 임금 근로 실업자를 위한 제도 발전도 저해할 수 있다.
특고에 한정해 의무가입 논의를 진행하되, 자영업자 전반에 대해서는 자발 가입이 가능함에도 가입이 확대되지 않고 있는 원인 중 하나인 근로자에게 맞춰 설계된 고용보험 세부 프로그램을 자영업자에게 맞게 수정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폐업의 위험으로 직결될 수 있는 육아휴직을 자영업자 니즈에 맞춰 재설계하는 것, 자영업자 맞춤형 고용유지지원금 세부항목 신설이 그런 예일 것이다. 이런 점진적 과정을 통해 고용보험이 노동시장 변화에 부응해 대상을 확대하는 동시에 1차적 고용안전망다운 보호수준을 제공하는 제도로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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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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