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정유·항공…은행권, 코로나發 위기업종 여신 '현미경 점검'
정유 4사 실적 쇼크에…SK이노 매출 의존도 30% 넘는 中企 여신 전수조사
자동차 여신도 집중 리스크 관리 대상…"車 협력사, 매출 줄면 향후 여신 축소 불가피"
코로나 충격 커지자 일부 은행은 6월 간이 신용평가 대폭 강화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시중은행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ㆍ정유ㆍ항공 등 주력산업 관련 기업 여신에 대한 '현미경 조사'에 착수했다. 음식ㆍ숙박ㆍ도소매업 등 경기민감업종 뿐 아니라 최근 위기에 빠진 주요 업종 관련 여신을 집중 점검해 대출 속도조절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내부 신용평가도 대폭 강화해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돌입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A은행은 정유 4사가 올해 1분기 4조3775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하자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정유사 매출 의존도가 30% 이상이거나 매출이 급감한 정유업체 협력사를 중심으로 여신 전수 조사를 최근 실시했다. 정유사들은 현금 보유고가 충분해 당장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중소 협력사는 상대적으로 외부 변수에 대한 대응여력과 재무구조 등이 취약해 꼼꼼한 여신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은행 고위 관계자는 "정유업계가 코로나19, 무역분쟁, 유가 하락 등으로 창사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고 업황 악화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중소 협력사들의 영향과 재무상황 등을 점검하는 차원"이라며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는 곳은 긴급 자금 지원을 확대하고 이전부터 재무 상황이 열악했던 곳은 신규 대출을 더 늘리지 않고 한도를 줄여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유사들이 보수ㆍ정비를 앞당기고 설비투자도 기존 계획대로 진행해 실적 급감에 따른 협력사 충격은 아직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정유업황 악화가 지속되면 현금이 부족하고, 경영여건이 취약한 중소기업 중심으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A은행은 이전부터 재무상황 등이 열악했던 기업들은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차입금 상환 유도를 통해 솎아낸다는 방침이다.
B은행 관계자도 "당장 정유사 여신에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매출이 줄어들고,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뾰족한 수가 없다"며 "정유는 물론이고 화학ㆍ자동차ㆍ철강 등 여타 주력산업 익스포저도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장기화되면 줄여나갈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위기 업종에 대한 전면적인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다. 특히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 업종이 주요 점검 대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자동차 업종 관련 대출은 2019년 말 32조3140억원 규모다. 수출 부진, 구조조정 등으로 자동차 업계의 경영 환경은 악화됐지만 정부가 자동차 관련 여신 회수 자제를 주문하면서 2017년 말(33조2281억원), 2018년 말(32조3516억원)과 비교해 거의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은행들 공통적으로 자동차 업종에 대한 익스포저가 높은 수준으로 자동차 수요 부진이 지속될 경우 내부 신용평가시 관련 기업의 신용등급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C은행 임원은 "코로나19로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면서 철강을 비롯한 부품, 도색 등 유관 협력사들이 줄줄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며 "정부가 자동차 여신 축소 자제 및 기업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등을 주문하지만 사태가 악화되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향후 수도꼭지를 잠글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항공업도 주요 관리 대상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자산유동화증권(ABS), 차입금, 회사채 등을 포함해 올해 갚아아 할 부채만 3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시중은행이 1년 내 상환받아야 할 단기차입금만 지난해 말 기준 농협은행 900억원, 하나은행 1053억원, 국민은행 외 1680억원 등 총 5000억원 규모다. 항공기 수요 회복이 언제 살아날 지 미지수지만 은행들은 사실상 대출 만기연장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은행들은 경기민감업종에 대한 여신 점검도 강화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오는 6월, 12월 두 차례에 나눠 신용평가를 실시하는데 간소하게 진행되는 6월 평가를 외부 변수 등을 반영해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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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은행 리스크 관리 담당 임원은 "코로나19의 여파가 너무 크고 언제 사태가 끝날 지 예상할 수 없는 데다 A부터 Z까지 걱정되지 않는 산업이 단 하나도 없다"면서 "지난 두 차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대출 포트폴리오를 조정한 은행만 살아남았던 만큼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 선제적인 옥석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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