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최인훈이 그린 잔혹한 심청 이야기 '달아달아 밝은달아'

'최인훈 연극 시리즈' 두 번째 작품, 5월5~10일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광장(1960)'의 작가 최인훈은 소설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는 희곡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었다. 작가가 타계하기 전 "소설가로 남기보다는 극작가로 영원히 기억되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최인훈은 생애 희곡 여섯 편을 남겼다.

그 중 하나인 '달아달아 밝은달아'를 극단 '공연제작센터'가 오는 5월5~10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공연제작센터는 올해 초 '최인훈 연극 시리즈'를 기획해 지난 1월30일~2월2일 마포구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옛날옛적 훠어이훠이'를 첫 작품으로 공연했다. '달아달아 밝은달아'는 최인훈 연극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자 제41회 서울연극제 초청작이다.

'달아달아 밝은달아'는 '심청'을 모티프로 새롭게 창작된 극으로 심청의 효나 인과응보의 가치 대신 차가운 현실을 보여준다. 심청에게 어떤 자비와 구원도 주어지지 않은 채 폭력과 착취가 가해진다. 심청은 뱃사람에게 팔려간 후 매춘, 강간, 착취, 전쟁의 혼란까지 겪으며 창녀로 늙어간다. 나이가 들어 눈이 멀고 정신도 혼미해진다. 늙고 눈 먼 심청은 거리를 헤멘다. 심청은 자신을 놀리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꾸며낸 잔혹한 '용궁 동화'를 들려준다. 용궁은 매춘업소로 심청이 매춘과 강간의 수난을 겪은 장소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는 '심청전'에서 '공양미 삼백석'이라는 소재만 빌려 왔을 뿐 극의 대부분을 최인훈 작가가 새롭게 창작했다.

최인훈은 1970년대 소설을 거의 절필한 상태에서 희곡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소설을 쓸 때에는 예술가로서의 절정에 이르지 못했지만 희곡을 쓰면서 비로서 지구를 떠나 우주로 비상하는 희열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공연제작센터는 올해 11월에는 최인훈 연극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봄이 오면 산에 들에'를 공연할 예정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