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에이스·靑 경제수석 거쳐 '기업은행맨'으로 새 출발
'그린북' 창시자, 소문난 일벌레로 유명
내주께 은행 임원 및 자회사 CEO 인사 단행 및 혁신 TF 가동
조직 효율화 등 쇄신은 '외부 출신' 윤종원의 과제…내부 저항 넘고 기업은행 레벨업 시켜야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29일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29일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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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은 신입행원 190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번 임명장 수여식은 여느 때와는 달랐다. 임명장을 받는 행원들과 임명장을 주는 행장 모두 갓 입사한 '신입 기업은행맨'인 것. 노조의 출근 저지로 뒤늦게 취임식을 한 '임명 28일차, 취임 2일차' 윤 행장으로서는 전날 취임식에 이어 이튿날 임명장 수여식에 참여하는 감회가 남달랐다. 기업은행에 갓 입사한 '신입' 행장은 막내 행원들과 함께 힘찬 출발을 다짐했다. 재무부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청와대 경제수석에 이어 '기업은행맨'이라는 새로운 시작점 앞에 선 순간이었다.


윤 행장이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택한 것은 '현장'. 국내 경제 성장의 과거, 현재, 미래를 오롯이 담은 구로를 찾았다. 섬유산업 중심으로 경제 성장의 밑거름이 된 구로공단, 기업은행 거래기업 올트의 스마트 공장, 기업은행 창업 육성 플랫폼인 IBK 창공이 위치한 구로는 각각 과거, 현재, 미래를 담은 현장이다. 윤 행장은 국내 경제 성장 엔진 역할을 하는 기업 현장을 돌아보며 중소기업 및 혁신 스타트업의 자금줄인 기업은행의 역할과 책임, 경영 방향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윤 행장이 1월초 임명 후부터 임원진에게 강조하는 두가지 키워드는 취임사에서도 언급한 '혁신금융'과 '바른경영'이다. 보증이나 담보대출보다는 기업의 기술력,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혁신금융을 경영 키워드로 제시하고 있다. 바른경영을 통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도 누누이 강조한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과 기업 윤리를 다해야만 신뢰를 지켜나갈 수 있다는 당연한 전제에서 출발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수많은 중소기업을 도산으로 이끈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배상, 지난해 투자자에게 대규모 손실을 입힌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최근 은행권 최대 화두로 신뢰 회복이 꼽힌다. 기업은행은 이 논란에서는 한발 비켜가 있지만 신뢰는 한 번 깨지면 회복이 어려운 만큼 바른경영이 기업은행 경영의 근간이 돼야 한다는 게 윤 행장의 생각이다.


3연속 내부 출신 기업은행장 배출 관행을 깨고 선임된 윤 행장의 취임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으로 직원들의 문전박대를 견뎌야 했고, 거듭된 대화 시도도 여러차례 거절당했다. 외부 출신 행장에 대한 반발 때문이었지만 사실 그의 능력에 의문을 던지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윤 행장은 관가의 엘리트라는 경제관료 중에서도 거시경제ㆍ정책에 정통한 에이스로 손꼽힌다. 기재부가 매달 발간하는 경제동향 분석 자료인 '그린북'을 처음 만든 사람도 윤 행장이다. 2005년 재정경제부(현 기재부) 종합정책과장 근무 시절의 성과로 기재부 경제 분석의 틀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하마평에도 오르던 실력파로 통한다.

'소문난 일벌레'로도 유명하다. 일단 윤 행장 밑에서 일하면 엄청난 양의 업무가 수반돼 잠시 금융위원장 하마평에 올랐을 때는 금융당국 내부에서조차 바짝 긴장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외부 출신 기업은행장인 윤 행장 앞에 놓인 과제도 적지 않다. 첫 과제는 이르면 다음주 이뤄질 기업은행 임원 및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다. 윤 행장은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 기준을 마련하고 직원 한사람 한사람이 성과, 역량으로 평가받는 시스템을 만들겠다. 줄서기, 학연, 지연 등을 통한 청탁은 법령, 내규에 따라 엄정 조치하고 반드시 불이익으로 돌아가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여러 차례 약속한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인사를 끝마치면 영업조직인 은행과 자회사 상반기 경영에도 본격 시동을 걸어야 한다.


외부 출신 행장만이 할 수 있는 조직 쇄신과 혁신은 또 다른 숙제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다 보니 외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일부 직원들이 '실력'보다는 정치권이나 관가에 줄을 대는 '정치'에만 밝다는 지적도 안팎에서 제기된다. 경쟁자인 다른 시중은행들 보다 효율성이 떨어지고 조직에 긴장감이 없다는 평가도 있다. 윤 행장이 임원 업무보고를 받으며 자회사 임원수 축소를 검토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필요한 곳에는 과감하게 메스를 들이대야 하는 게 윤 행장의 역할이다. 내부의 저항은 넘어야 할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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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행장은 이미 취임사에서 '변화'를 8차례 언급하는 등 곳곳에 뼈 있는 말을 담았다. '순혈주의 타파, 열린 자세, 다양한 의견 논의, 외부 전문성 활용, 변화와 활력'. 윤 행장은 밖으로는 혁신금융, 안으로는 경영혁신을 추진하기 위한 기업은행의 혁신 추진 태스크포스(TF)를 조만간 가동할 방침이다. 윤종원호(號) 기업은행의 항해가 이제 막 시작됐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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