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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tage] 무대로 돌아온 하성광 "'엔드게임', '고도를 기다리며'보다 살가운 작품"

최종수정 2019.09.26 21:42 기사입력 2019.09.2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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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게임에서 '햄' 役 "난해하지만 술술 읽히는 작품…일상의 이야기로 생각하면 돼"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고도를 기다리며'보다 살가운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관객들이 이해하기가 좀 더 쉬울 것이다."


연극 '조씨고아(趙氏孤兒), 복수의 씨앗'에서 주인공 정영을 연기해 화제를 모은 배우 하성광이 1년 만에 다시 무대로 돌아왔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을 마친 뒤 영화 '항거', tvN 드라마 '어비스' 등에 출연했고 다시 선택한 연극은 '엔드게임'. '고도를 기다리며'로 유명한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의 작품이다. 하씨는 "사무엘 베케트라는 큰 작가의 희곡이고 기국서라는 연극계 거장이 연출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주저하다 선택한 작품이다. "기국서 선생님이 워낙 독특하고 강한 연출이라 겁이 났다. 연극을 다시 한다는 것도 겁이 났다. 연극은 항상 사람을 겁나게 한다. 연출과 배우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 만나는 것이니까 그것에 대한 부담감이 늘 존재한다. 시간이 갈수록 떨리는 것 같다. 하지만 기 선생님과 언제 또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가 주어졌으니 하자고 생각했다. 출연 여부를 3일 뒤에 말씀드리겠다고 했다가 이틀 뒤에 전화 해서 하겠다고 했다."


'엔드게임'에서 하성광은 '햄'을 연기한다. 하반신이 마비돼 의자에만 앉아있는 인물이다. 눈도 보이지 않는다. '고도를 기다리며'가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주고받는 대화가 대사의 거의 대부분이듯 '엔드게임'에서는 햄과 클로브가 주고받는 대화가 극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클로브는 햄의 잔심부름을 하는 하인이다. 클로브는 이리저리 움직이지만 그 역시 왼쪽 다리가 조금 불편하다.


극은 햄이 클로버에게 무엇을 가져오라고 지시하고 클로버가 툴툴 대며 지시를 따르는 행태가 반복된다. 햄은 때로 무언가 마음에 안 든듯 고함을 치고 그럴 때면 툴툴 대던 클로버도 긴장하며 민첩한 행동을 보여준다. 중간중간 햄은 클로버에게 약 먹을 시간 되지 않았냐고 계속 묻고, 클로버는 아직이라고 답하는 장면이 반복된다. 무대 정면 왼쪽에 쓰레기통 두 개가 놓여있는데 햄의 부모가 들어있다. 갇힌 것인지, 숨은 것인지 알 수 없다.

연극 '엔드게임'의 공연 모습. 햄(왼쪽)과 클로버  [사진= 극단76 제공]

연극 '엔드게임'의 공연 모습. 햄(왼쪽)과 클로버 [사진= 극단76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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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처럼 엔드게임 역시 부조리극이고 친절하지 않다. 극 중 인물들이 있는 공간은 지하실 같은 느낌을 주는데, 이들이 왜 이 공간에 있는지 설명해주지 않는다.

하성광은 "관객이 200명 오면 200명의 해석이 다 다를 수 있는 아주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지난 5월 명동예술극장에서 초연 50주년 기념 공연을 했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기 어려운 극이지만 관객들에게 묘한 느낌을 남기며 50년째 장기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하성광은 엔드게임에 대해서도 "관객들이 웃지도 않고 설령 불편하게 보더라도 3년 뒤에 생각나는 작품이었으면, 생각나는 대사들이 있었으면 한다. 좋다, 나쁘다의 극단적인 평가보다 관객들이 자신들의 처한 상황에 따라 느끼는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도를 기다리며보다는 더 잘 읽힌다. 더 잘 이해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 아버지, 아들의 관계가 명확히 드러난다. 가정사와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본이 별다른 이유 없이 잘 읽혔다고 했다. "난해한 작품인데다 대본을 처음 읽었는데도 한 번에 읽혔다. 묘한 매력이 있다. 아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아니고, 뭐가 궁금해서 넘어가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읽게 되더라."


그는 관객들도 그런 느낌으로 극을 대하기를 바랐다. "드라마로 연결하려면 아주 힘들어진다. 어떤 플롯이나 구조를 가진 드라마로 설명하기도 어렵다. 그냥 보여지는 대로 보고 있는 그대로 느꼈으면 한다. 그냥 흘러가는듯한 그런 연극이다. 앞, 뒤도 없다. 어떻게 보면 삶이라는 것도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가 끝인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지하실 같은 공간의 왼쪽과 오른쪽에 높다랗게 창문이 하나씩 있다. 클로버는 자주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창 밖을 내다본다. 햄도 클로버를 시켜 의자를 옮겨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느끼기도 한다. 극의 마지막에 클로버는 창 밖을 보다 무언가 움직이는 것을 발견한다. 사람인지 명확하지는 않다. 클로버는 떠날 때가 됐다며 짐을 챙긴다. 햄도 클로버를 말리지 않는다. 하지만 막상 클로버의 부재에 대한 두려움은 컸던 것 같다. 햄은 클로버가 떠났는지 확인하기 위해 큰 소리로, 애처롭게 그의 이름을 부른다. 아직 떠나지 못한 클로버는 그 소리를 듣고 멈칫 하고 막이 내린다.


하성광은 "사람이 고립되고 갇히면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겠구나, 고립은 참 무섭구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에게 엔드게임을 한 두 문장으로 간단히 요약해달라고 했다. "주변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 당신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 세상사는 이야기다. 단, 베케트의 방식으로 쓰여졌을 뿐이다. 일상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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