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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침으로 예술작품을 닦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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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작품을 복원, 보존하는 과정에 세정제로는 사람의 침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예술작품을 복원, 보존하는 과정에 세정제로는 사람의 침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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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우리 몸에 불필요한 기관과 분비물은 없습니다. 모든 것이 저마다 역할과 기능을 다하면서 100세까지 생명을 유지시켜주고 있는 것이지요.


몸 속 분비물 가운데 사람들이 그다지 반기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침입니다. 침을 흘리거나 길거리에 뱉는 좋지 못한 모습만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요? 사실 침은 우리 몸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침은 침샘에서 분비되는 소화액입니다. 99%가 수분으로 이뤄져 있는데 하루에 1~1.5리터 정도 분비된다고 합니다. 침 속의 아밀라제는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성분으로 음식물의 녹말을 분해하는 역할을 합니다. 라이소자임이라는 효소는 향균작용을 하는데 세균의 세포막에 있는 다당류를 분해합니다.


침은 세정제 역할도 해서 충치와 잇몸질환이 생기는 것을 막아줍니다. 침 속의 뮤신 성분은 세균으로부터 치아를 보호하고, 칼슘이온은 치아의 법랑질을 복원시키는 역할을 하지요. 그러나 침이 적게 분비되면 입안이 건조해져 입냄새와 충치, 소화불량까지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런 침이 예술작품의 세정제로도 사용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오래 전의 추억이겠지만 어릴 적 연필로 필기하다 실수했을 때 자신도 모르게 침을 묻혀 글자를 지웠던 기억이 나시나요? 어른들에게 배웠을 수도 있고, 누군가 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 했을 수도 있지만 침으로 글자를 지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했던 행동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그 시절에는 글자가 지워지기보다 공책에 구멍 뚫리는 것이 더 빠르긴 했지만.

실제로 침이 세정제로서 효과가 뛰어나다는 사실을 밝혀낸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 있는 호세데피게이레도 연구소는 국가 문화재를 보존하고, 복원하는데 전문적 역량을 갖춘 곳입니다. 그런데 이 곳 연구소의 문화재 보존·복원전문가들이 더러워진 그림이나 오래된 도자기를 복원하거나 보존하기 위해 작업을 할 때 자신들의 침을 주로 사용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침이 그 어떤 세정제보다 안전하고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사회 일각에서는 더 깨끗하고 첨단화된 세정제가 있었을텐데 더러운 침을 사용함으로써 귀중한 예술작품들을 더 망친 것 아니냐면서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이에 리스본대 연구팀이 침의 세정 효과에 대한 연구에 착수합니다. 연구팀은 침과 자일렌, 석유 등의 세정효과가 있는 세정제를 사용해 유화와 금박 등을 세정하는 실험을 합니다. 놀랍게도 침이 가장 효과적인 세정제 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손상은 가장 적으면서 세정 효과는 가장 탁월했던 것이지요.


침이 가장 탁월한 세정효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침 속의 소화효소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우리 침 속에는 녹말을 분해하는 '아밀레이스(α-Amylase)'와 지방을 분해하는 '라이페이스(Lipase)' 효소 등이 몸 속의 음식물을 분해하듯이 각종 물질들을 분해해 예술작품들의 더러운 표면을 깨끗하게 지워준 것입니다.


호세데피게이레도 연구소의 문화재 보존·복원전문가들은 리스본대 연구팀에 무척 고마워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의 체면을 살려준 것이지요. 이들뿐 아니라 리스본대 연구팀에게는 이 연구로 인한 또 다른 희소식도 듣게 됩니다.


사람의 침이 예술작품 등의 더러운 표면에 가장 효과적인 세정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엉뚱하고 신박한 연구의 성과'로 2018년 이그노벨상 화학상을 수상하게 됐다는 소식입니다. 지난해 시상식에 헌사를 위해 참가한 하버드박물관의 기술책임자는 자신의 침을 발라 더러운 그림을 닦으면서 침의 효과를 시연하기도 했습니다.


침은 이런 세정효과 외에도 많은 수분을 제공함에 따른 보습효과, 공짜로 쓸 수 있는 탁월한 가격경쟁력, 공해나 환경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친환경 효과로 실제 예술품 보존·복원 현장에서 사용되기도 하고, 실제 보존제로 사용하기 위해 연구 중이기도 합니다. 침 함부로 뱉지 마시기 바랍니다. 귀한 자원을 버리는 행위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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