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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마다 교회·절 보상 갈등…관련법·규정 없어 혼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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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신흥2구역, 교회 보상 문제로 사업 지연
권리자·LH "추가 보상 요구 과해 수용 불가"
교회 "감정평가 금액으로는 땅도 못산다…차라리 사업서 빼달라"
서울시에서 10년 전 만든 방안이 유일한 가이드라인

철거가 진행중인 신흥2구역 모습.

철거가 진행중인 신흥2구역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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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재개발ㆍ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핵심 관문처럼 여겨지는 종교시설과의 갈등이 좀처럼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관련 내용을 명확하게 담은 규정이 없는 탓에 협상 장기화에 따른 사업 지연 부담만 가중되는 상황이다.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 수정구 신흥2구역 재개발 사업은 시행자와 종교시설과의 보상 문제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해 철거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GS건설과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고 2022명의 권리자로부터 위임을 받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 시행자로 나서는 민관합동재개발사업구역이다. 총 4774가구(일반분양 868가구) 규모의 대단지일 뿐 아니라 130~150% 수준의 전례없이 높은 비례율이 기대돼 전국의 관심이 쏠리는 사업지이기도 하다. 비례율은 재개발 사업 수익을 조합원 감정가에 비례해 배분하는 비율로, 높을 수록 사업성이 좋은 곳이다.

그러나 해당 구역 주민대표회의와 권리자들은 구역내 종교시설 중 하나인 아가페교회와 보상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2007년 6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뒤 7월부터 주민이주를 시작했고, 10여년이 지난 현재 99%가 이주를 마무리했지만 교회가 자리를 비우지 않아 철거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역 내에선 당초 교회와 사찰 등 25개의 종교시설이 있었으나, 현재는 아가페교회와 A사찰만이 남아있으며 사찰의 경우 오는 10일 이주를 앞뒀다.


교회 담임목사이자 대지 387㎡ 규모의 교회 소유자인 B씨는 당초 신흥2구역 관리처분계획 수립 당시 분양신청을 통해 종교용지 700㎡를 분양받았다. 그러나 현재 교회 측은 교회신축비(약 20억원)와 이사비용 및 임시예배장소 임대료(약 6억원), 재개발에 따른 교회 기회손실비용(약 10억원), 기타비용(약 8억원) 등 44억원 가량의 추가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의 감정평가 금액(17억7400만원)으로는 교회를 지을 땅도 살 수 없다는 것. 아가페교회 관계자는 "부지에 대한 감정평가를 제대로 해달라는 것이 첫 번째 요구이고, 그렇지 않다면 차선으로 재개발 사업에서 제외돼 존치되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교인 수도 절반 넘게 줄었고,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전도활동도 못하고 있다"면서 "LH 역시 그간 보상에 대한 명확한 답을 해주지 않았고, 결국 법률전문가나 재개발 경험이 없는 교회는 시간 끌기에 당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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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은 현재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시행자 측은 이전 촉구를 위해 명도소송(수원지방법원)을 진행했으며, 법원은 최근 권리자 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교회는 현재도 명도를 거부하고 강제집행 정지신청과 명도소송 항소로 대응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되도록이면 강제집행 등의 충돌 없이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지만, 종교시설 이슈에 적용할 마땅한 법이나 규정이 없어 난감하다"면서 "다른곳과의 형평성을 고려했을 때 교회 측의 주장에 응해줄 방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갈등 과정에서 국토교통부나 지자체의 행정적 개입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전국적으로 추진되는 정비사업 각 구역에서 종교시설 처리문제에 부딪혔을 때 참고할 만한 법이나 규칙 및 규정이 없다. 10년 전인 2009년 9월 서울시가 만든 '뉴타운지구 종교시설 처리방안'이 유일한데, 이 방안은 재정비촉진계획을 수립할 때 종교시설은 우선적으로 '존치' 되도록 검토하고, 불가피할 경우 이전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전계획을 수립할 때 종교단체와 협의하고 ▲이전 예정부지는 '대토' 방식이 원칙이며 ▲현 종교시설 건물 연면적에 상당하는 건축비용을 조합이 부담하고 ▲사업기간동안 종교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임시장소 마련, 이전비용 등을 조합이 부담한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구속력 없는 방안에 불과하고, 이 마저도 서울시로 그 범위가 한정돼있다.


마땅한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상황에서 전국 정비사업에서 종교시설과의 갈등은 결과적으로 분양일정 지연 및 분양가 상승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최근 고분양가 논란을 일으킨 서울 서대문구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가 대표적이다. 당초 지난해 상반기 분양을 계획하던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는 사업구역 내 교회와의 보상 문제로 올해 2월에서야 3.3㎡당 2500만원 수준에서 분양이 진행됐다. 시장에서는 100억원 이상의 교회 보상금 탓에 일정이 지연되고 분양가도 예상수준을 크게 웃돌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강남구의 재건축 대어 '대치미도아파트'의 경우 교회와의 보상 이견 끝에 교회를 제외한 정비구역 지정을 추진중이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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