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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5000억 규모 기업 일군 '현역 개발자'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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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왕좌 ①] 김대일 펄어비스 의장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면서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지만 게임은 우리 삶의 중요한 문화이자 산업이다. 연간 14조원 규모의 가치를 창출하는 등 세계 시장을 상대로 경쟁력도 확대해가고 있다. 게임 산업의 성장 배경에는 '게임에 미친' 꾼들의 끼와 열정이 있다. 대한민국 게임 산업을 이끌어가는 게임챔피언들의 성공 스토리를 10회에 걸쳐 소개한다.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그래도 여전히 개발할 때가 가장 좋다." 김대일 펄어비스 의장이 종종 되뇌는 말이다. 창업 8년만에 펄어비스를 시가총액 2조5000억원의 회사로 키웠지만 그는 유능한 경영자보단 개발자이고 싶다. 펄어비스의 경쟁력인 자체 게임 엔진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이유다. '유니티'나 '언리얼' 같은 글로벌 회사의 엔진을 쓰지않고 자체 엔진을 개발하는 게임사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그렇게 개발한 엔진으로 성공한 경우는 더욱 흔치않다. 김 의장은 이를 해냈다. 대표자리에서 물러난 뒤 '의장'이라는 직함 아래 은둔형 '총수'로 활동하는 기존 게임벤처 1세대와 달리 그는 여전히 '현역 개발자'다.

김 의장이 게임 개발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때는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재학 중이던 2000년이었다. 당시 가마소프트에서 개발자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입사 3년차에 '릴 온라인'의 프로젝트 총괄을 맡으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03년 NHN으로 이직한 뒤에는 첫 성공작 'R2'의 개발을 총괄했다. 그렇게 탄생한 'R2'는 그해 국무총리상 등을 수상하며 현재까지 서비스 중인 장수게임이 됐다. 차기작 'C9'도 2009년 게임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김 의장은 국내를 대표하는 게임 개발자로 입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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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어비스와 검은사막= 성공가도를 달리던 젊은 개발자, NHN이라는 안정적인 환경. 하지만 그는 이를 뒤로 하고 돌연 도전에 나섰다. 유행에 따르지 않고 원하는 게임을 개발하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2010년 7명이 모여 창업에 나섰다. 이후 4년 간의 개발 끝에 내놓은 것이 게임 업계에서 지금의 펄어비스와 김 의장의 위상을 설명하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검은사막'이다. 2014년 선보인 이 게임은 글로벌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2016년 3월 북미ㆍ유럽 서비스를 시작한 후 북미 최대 게임사이트 'MMORPG 닷컴'에서 1년간 최고 인기 게임 1위를 차지했다. 이후 검은사막의 영토는 모바일, 콘솔게임기기까지 확장됐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게임 엔진을 갖고 있기에 빠르고 자연스럽게 다른 기기로도 이식할 수 있었다. 현재 검은사막은 12개 언어로 세계 150여 개국에 서비스되고 있다. 누적 이용자는 1000만명을 넘어섰다. 토종 게임으로 지적재산권(IP) 매출만 지난 4월 기준 누적 1조원을 돌파했다.


이 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김 의장의 개발 신념이 자리 잡고 있다. 그는 다작으로 성공을 꾀하기 보다는 하나의 게임이라도 많은 사람에게 오래 사랑 받을 수 있도록 제대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밝혔다. 개발 당시 지연된 2차 비공개테스트(CBT) 일정을 정하는 회의에서도 게임 콘텐츠 보완만을 얘기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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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에 의한, 개발자를 위한="임금도 중요하지만 좋은 결과물을 끌어내려면 근본적으로 직원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려줘야 한다." 김 의장의 지론이다. 현재 펄어비스 직원 746명 중 개발자만 448명이다. 엔진을 비롯해 각종 게임 개발 도구들도 모두 자체 제작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미 개발자 처우는 업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김 의장은 우수한 개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 발 더 나아갔다. 말 그대로 업계 최고 수준의 복지를 마련한 것이다.


펄어비스는 게임업계 내 공짜야근의 원흉으로 꼽히던 포괄임금제를 지난 2017년 업계 최초로 폐지했다. 전 직원에게 복지카드(매년 204만원), 미성년 자녀 양육비(월 50만원), 회사 인근 거주자 지원(월 최대 50만원), 치과 진료비 지원(연간 최대 255만원), 피트니스센터 지원, 아침 점심 카페테리아 무료, 헤어샵 및 마사지샵 무료 등의 복지혜택을 제공했다. 지난해 9월에는 난임 부부 지원(최대 100만원), 부모 요양비 지원, 장기근속 포상(최대 1000만원 및 30일 포상휴가), 자녀 학자금 지원(연 700만원)까지 추가했다. 펄어비스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분명히 한 데에도 외부적인 요인으로 개발자들이 위축되지 않기를 바라는 '개발자 최우선'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펄어비스는 공식 SNS를 통해 "당신에게 게임은 무엇인가요? 게임은 우리의 친구이며 건전한 놀이문화입니다."라고 했다.


◆'글로벌&클라우드'에서 미래 모색=김 의장은 현재 차세대 엔진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기기의 제한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클라우드 게이밍' 시대에 맞는 자체 엔진을 다시 마련하기 위해서다. 클라우드 게이밍은 서버에서 게임을 구동하고 이용자는 스마트폰이나 PC, 콘솔게임기 등으로 화면만 전송받아 즐기는 개념이다.


지난해 방한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는 직접 김 의장을 만나 이와 관련된 긴밀한 협력관계를 과시했다. '검은사막 모바일'이 MS의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를 활용해 흥행한 데다가 펄어비스는 콘솔버전 '검음사막 엑스박스 원'을 내놓기도 했다. 펄어비스는 향후 MS의 게임 시장 전략에 중요한 파트너로 꼽힌다. 이 같은 글로벌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높은 게임 완성도, 빠른 개발속도, 플랫폼 호환성 등을 무기로 글로벌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서 성과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 김 의장의 구상이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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