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위, 핀펫 반도체 특허권 침해 조사 종결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25일 정부세종청사 무역위원회 회의실에서 제387차 회의를 개최해 핀펫(FinFET) 반도체 특허권 침해 조사건을 조사 종결하기로 결정하고, 가열 겸용 믹서기 저작권·특허권 침해 조사건에 대해 불공정무역행위 여부를 판정했다고 밝혔다.

FinFET 반도체 특허권 침해 조사건은 지난 2017년 12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지식재산권 관리 자회사인 주식회사 케이아이피가 애플코리아 유한회사를 상대로 특허권 침해를 주장하며 무역위원회에 불공정무역행위 조사신청서를 제출함에 따라 시작됐다.

KAIST의 FinFET 반도체 특허는 스마트폰·태블릿 PC의 두뇌에 해당하는 응용 프로세서(AP)의 제조에 사용되는 기본 소자에 관한 기술이다.

케이아이피는 애플코리아(유)가 수입한 아이폰 시리즈와 아이패드 시리즈의 AP칩을 대만의 유명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제조해 납품하는 과정에서 KAIST의 특허 기술이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애플코리아는 특허심판원에 KAIST 특허의 무효심판을 청구했고, TSMC도 KAIST 측을 상대로 우리나라와 대만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무역위원회의 조사로 시작된 KAIST 특허권 분쟁은 국내·외 기업들의 국제적 분쟁으로 확대되었다.

그간 무역위원회가 당사자들의 서면 공방, 기술설명회 등을 진행하며 특허의 유효성 및 침해 여부를 조사해오던 중, 지난달 29일 케이아이피는 당사자간의 합의를 이유로 무역위원회에 조사신청 철회서를 제출했다.

철회서에 구체적인 합의 조건이 기재되지 않았지만, 무역위원회는 특허 로열티의 지불 등을 포함하여 양 당사자간에 충분한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무역위원회는 당사자들의 의사를 존중해 조사를 종결하기로 결정했으며, 무역위원회의 조사 종결 결정 이후 특허심판원 및 민사법원에 계류 중인 관련 특허권 분쟁도 모두 취하될 예정이다.

한편 가열 겸용 믹서기 저작권·특허권 침해 조사건은 지난해 10월 국내 중소기업 주식회사 로닉이 다른 국내 중소기업 A사를 상대로 저작권 및 특허권 침해를 주장하면서 무역위원회에 조사를 신청하여 개시된 건이다.

이번 조사건 중 특히 저작권 사건은 그간 국내에서 다뤄진 적이 거의 없는 레시피를 묶은 요리책에 대한 저작권 성립 여부가 쟁점이었다.

무역위원회는 기술설명회, 현지조사, 전문가 감정 등을 진행하면서 관련 국내·외 판례 등을 면밀하게 검토했으며, 그 결과 A사가 불공정무역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판정했다.

A사의 수입 책자에서 신청인 요리책과 동일·유사한 표현이 발견되나, 신청인 요리책은 개별 레시피에 창작적 표현이 없고, 레시피들의 선택과 배열에도 편집자의 개성이 나타나지 않아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므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허권 사건에 대해서도 A사의 제품이 ㈜로닉의 특허권들의 구성을 일부 결여하므로 특허권 침해가 아니며, 따라서 불공정무역행위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A사는 조사대상물품의 수입 및 국내에서의 판매 행위를 계속할 수 있게 됐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