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캠페인 등 보여주기 ‘급급’
의무 고용률 절반에도 못 미쳐
[아시아경제 문혜원 기자] 정부가 4월 한 달을 '장애인 고용촉진 강조의 기간'으로 지정하는 등 장애인 일자리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은행권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금융당국도 나서서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은 임직원의 장애인 봉사활동, 영업점 장애인 편의시설 제공 등이 대부분이다. 막상 가장 중요한 생계 수단인 '채용' 부분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주요 은행 중 올해 안에 장애인 채용을 늘리기로 한 곳은 NH농협은행이 유일하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달 말 농협중앙회가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른 장애인 의무고용비율 3.1%를 달성하기 위해 올해 384명을 특별채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중 약 270명을 분담하기로 했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은 현재 상반기 신입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장애인 고용 증대를 위해 따로 발표된 특별채용 계획은 없다. 이들은 통상 국가보훈대상자와 장애인을 함께 선발하는 방식으로만 특별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대 은행(신한ㆍKB국민ㆍNH농협ㆍ우리ㆍKEB하나)의 평균 장애인 고용률은 1.03%에 그쳤다. 장애인 의무고용률(2.9%)의 절반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그나마 농협은행(1.49%)과 국민은행(1.12%)은 1%를 넘겼지만 신한은행은 0.9%, 하나은행은 0.7%에 그쳐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명단'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고용부 한 관계자는 "은행뿐 아니라 보험, 카드, 증권 등 전 금융업권이 다른 업권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며, 이는 오랜 기간 이어온 고질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영업현장의 업무 강도가 높아 장애인 특화 직무를 개발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가뜩이나 비대면 영업 활성화로 비장애인 직원도 일자리를 잃는 마당에 장애인 고용 비율을 맞추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항변도 나온다. 차라리 벌금격인 '의무고용 불이행으로 인한 고용부담금'을 납부하는 게 속편하다는 입장이다. 이들 5대 은행이 지난해 납부한 고용부담금은 총 147억7000만원이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납부한 금액을 합치면 약 593억원에 달한다.
노동ㆍ학계에서는 은행권 특유의 보수적ㆍ폐쇄적인 분위기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 겸 한국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장은 "은행권은 직종이 고학력ㆍ전문직 위주로 돼 있어 장애인 특화 직무를 개발하기가 쉽지 않아 채용에 소극적인 편"이라며 "만약 은행 영업 창구에 장애인이 앉아 있으면 고객들이 비장애인 은행원보다 일처리가 늦어질 것을 우려해 피하거나 불편해하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채용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생산품을 대량 구매하면 고용률을 일정비율 인정해주는 '연계고용제'나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만들어 고용률을 높이는 방법을 은행권에서 적극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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