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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상장 주식 양도차익 과세 안착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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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에 좋은 스포츠센터가 생겨 운동을 그만두게 됐다. 사정은 이렇다. 원래 집 근처에는 싸고 좋은 체육시설이 없었다. 그래서 좀 멀리 떨어진 낡은 곳에 다녔는데 마침 집 근처에 시설이 좋은 스포츠센터가 생겼다. 멀리 있는 낡은 곳에 계속 다닐 이유는 없다. 그만두기는 참 쉽다. 그러나 집 근처 좋은 스포츠센터에 바로 등록하는 것은 어렵다.


최근 증권거래세율이 인하됐다. 상장 주식은 0.3%에서 0.25%로 내렸다. 사실 증권거래세는 과세 근거가 좀 불명확해 오래전부터 인하 압박을 받아왔다. 미국은 이미 1965년도에 폐지했으며 일본, 독일, 스웨덴도 1990년대에 폐지했다. 중국, 홍콩, 대만 같은 아시아 국가들은 운영하고 있으나 저율(0.1%대)이다. 물론 프랑스, 이탈리아처럼 금융 거래 전반에 금융거래세를 운영하는 나라도 있기는 하다. 그래도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금융거래세율이 높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증권거래세율이 높은 것은 처음 도입될 때부터 양도소득세 대신 도입됐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양도차익에 과세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세무 기술적인 한계에 따라 증권거래세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전산을 통해 대부분 거래되는 현재는 상대적으로 조세 논리적으로 정당성이 부족한 증권거래세를 지금과 같이 고율로 유지하기보다는 양도차익 과세 정상화가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증권거래세율 인하는 의미도 있고 쉽다. 다만 양도차익 과세를 바로 정상화하는 것은 어렵다. 좋은 스포츠센터가 생겼으면, 낡은 곳은 그만둬도 좋은 스포츠센터에는 등록해야 한다. 물론 운동은 귀찮은 일이다. 새로운 운동을 하다 보면 다칠 수도 있다. 어떻게 하면 운동의 부작용을 줄이면서 새로운 운동을 할 수 있을까?


현재는 상장 주식을 팔아서 소득이 생겨도 일부 대주주를 제외하고는 과세되지 않고 있다. 물론 세금 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소득이 생겼는데도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조세의 대원칙을 가장 심각하게 어기는 부분이 상장 주식 양도차익 비과세 부분이 아닐까 한다. 상장 주식 양도차익 과세에 대한 거의 유일한 반대 논리는 주식시장에 끼치는 악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만은 1989년 상장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전면적으로 실시했다가 한 달 안에 35% 이상 주가가 폭락하는 부작용을 겪고 시행 1년 만에 과세를 보류했다. 반면 일본은 거래세를 점진적으로 폐지하고 양도소득 비과세 범위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면서 주식양도소득세제도를 정착시켰다.


정부는 상장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전면적으로 실시하기보다는 대주주의 범위를 늘리면서 점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현재는 15억원 이상 주식을 양도하면 대주주로 간주돼 과세하나 2020년부터는 10억원, 21년부터는 3억원 이상 주식을 양도하면 과세한다. 대주주 범위에 '슈퍼개미'도 순차적으로 포함될 계획이 이미 시장에 알려져 있다. 거래량이 아니라 양도차익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으로 전환할 만한 토대가 일정 부분 마련됐다는 의미다. 큰돈을 굴리는 사람이 세금을 내기보다는 돈을 많이 번 사람이 세금을 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다만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는 필요하다. 양도차익 과세 도입 시점은 시장에 안착할 시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도입 계획이 확정돼도 도입 시점은 늦춰야 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도입 계획은 더욱 서둘러야 한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양도소득은 1년간 손실과 이익을 합산하는 형태가 될 것이 유력하다. 크게 돈을 번 거래가 있다 하더라도 다른 종목에서 손실이 발생했다면, 세금을 피할 수 있다. 또한 일정 부분의 이월공제나 장기보유공제도 고려하는 것은 어떨까? 양도차익 과세가 아직도 남아 있는 주식 투자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시각을 없애는 수단이 될 수도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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