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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오늘]가네모토 도모아키 또는 김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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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 부국장

허진석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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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에 여러 가지 이유로 일본에 건너간 조선인은 1945년 무렵 200만 명에 이르렀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한 뒤 많은 사람이 귀국했지만, 60만 명은 돌아오지 못했다. 이렇게 해서 일본에서 살게 된 조선인과 그 후손이 '자이니치(在日)'로서 일본 인구의 1%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조선적' 동포가 있다. 종전 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의해 일본 국적을 잃었으나 지금까지 한국이나 일본의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동포들이다.


조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아니다. 제국주의 일본이 강점했던 한반도 지역을 가리킬 뿐이다. 1965년 한일 수교 이후 많은 조선적 동포가 '한국적'을 취득했지만 일부는 조선적을 지켰다. 일본 법무성의 2015년 말 자료를 보면, 조선적 재일동포는 3만3900여명이다. 이들이 한국에 오려면 한국 정부가 발행한 여행증명서를 갖고 있어야 한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는 쉽게 다녀갔다. 노무현 정부의 여행증명서 발급률은 100%였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는 제한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발급률은 43%다. 보수정권은 조선적 동포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봤다.

조선적 동포의 내면에는 국적 취득으로 해소할 수 없는 빈자리가 있을지 모른다. 이들에게 '한민족이라는 정체성은 차별을 견뎌내는 공동체의 다른 이름'이다. 국적을 바꾸면 해결될 일을, 굳이 험난한 삶을 선택한다. 김성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힘겨운 삶을 살아온 아버지 세대에 대한 존경심과 사랑, 조선학교에서 함께 공부하며 버텨온 친구들에 대한 애틋함, 그리고 조선인 출신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야만 하는 자녀들에 대한 책임감 등 뒤섞인 감정이 바로 이들이 말하는 민족 정체성"이라고 칼럼에 적었다.


일본 국적을 얻은 뒤라도 자신의 뿌리가 한반도에 있음을 드러내는 일은 위험한 행동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젊은이들이 '커밍아웃'을 선택한다. 일본 프로야구 스타 가네모토 도모아키(한국이름 김지헌ㆍ은퇴)도 그런 사람이다. 1968년 4월 3일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가네모토는 476홈런, 2539안타를 기록한 대스타다. 연속 경기 풀이닝 출장 세계기록(1492경기)도 갖고 있다. 일본인 아내를 맞아 일본 국적을 받았지만 한국인임을 숨기지 않는다. 가네모토의 부모는 한국 국적이다. 가네모토가 2003년에 오사카에 본거지를 둔 한신으로 이적하자 오사카 민단은 '가네모토 응원단'을 구성했다.


재일동포 젊은이들이 두드러지게 활약하는 분야가 예체능계다. 오로지 실력으로 우열을 가리는 분야다. 몸이 크고 굳으며 의지가 강하고 창의적인 젊은이들은 일본 스포츠의 큰 흐름을 지배해왔다. 일본 프로야구 사상 유일하게 통산 400승을 기록한 가네다 마사이치(김정일)와 일곱 차례 타격왕, 3085안타를 친 장훈은 전설이다. 가네다는 일본 국적을 얻어 그의 등번호(34번)가 영구 결번됐지만 한국인임을 모두가 안다. 장훈은 일본 야구 명예의 전당에 올랐지만 여전히 외국인 신분이다.

가네모토는 2008년 오늘 열린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7회초에 안타를 쳐 일본 프로야구 역사상 서른일곱 번째로 2000안타를 돌파하였다. 장훈의 3000안타 돌파에 못지않은 자랑스러운 기록이다. 그는 지난해까지 한신의 감독으로 일했다.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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