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전 의원 등 측근 10여명·취재진 등으로 재판장 가득 차
다스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9.1.2 mon@yna.co.kr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2심 변론이 종결되면 하겠다."
횡령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이 2일 항소심 재판에 출석해 '하고 싶은 말'을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0월 1심 선고 당시 재판 생중계 등에 반발하며 출석을 거부했던 이 전 대통령은 4개월여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재판장이 이 전 대통령의 출석을 확인하자 피고인 대기석에서 나온 이 전 대통령은 곧장 피고인석에 앉았다. 넥타이를 매지 않은 검은 정장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왼쪽 옷깃엔 수용자 신분임을 알리는 하얀색 구치소 표식 배지를 달고 있었다.
재판장이 주민등록번호를 묻자 자리에서 일어난 이 전 대통령은 "411219"라며 자신의 생년월일을 읊다가 "뒤에 번호를 모르겠습니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이어 재판장이 나머지 주민등록번호와 주소를 확인하고 항소 사항을 확인하자 맞다는 표시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앞서 이 전 대통령 측은 2심에서 증인 22명을 신청했다가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18명으로 줄여 재신청, 재판부는 이 중 15명을 채택했다. 검찰 진술자료를 토대로 공방을 벌였던 1심과 달리 불리한 증언을 한 증인들을 모두 불러 발언의 신빙성을 따져보자는 전략으로 수정한 것이다.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혐의) 모두에 대해 부정하고 잇는 입장이고 특히 다스의 돈을 사용하거나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하는 부분은 대통령이 전혀 인지하고 있지 못했던 사실"이라며 "상당히 억울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 전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재판부와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갖고서 재판에 임하고 있으며 억울하게 생각했던 부분을 변호인이 잘 입증해주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본격적인 증인신문은 2차 공판기일인 9일부터 시작된다.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은 이날 출석해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대납해 준 혐의와 관련한 진술을 할 예정이다. 11일에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인지를 두고 이 전 대통령의 처남 권영미씨 등이 법정에 출석한다.
강 변호사는 2심에서 대거 증인을 신청하는 전략에 이 전 대통령의 의사가 반영된 건지 여부에 대해 "기본적으로 (이 전 대통령에게) 말씀은 드렸지만 누구로 할 것인가는 법률적인 것이라 변호사가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재판에 이 전 대통령이 계속 출석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물론 계속 나온다"고 답했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1심 재판에서 다스로부터 246억원을 횡령하고 다스 소송비 67억여원을 삼성으로부터 대납받은 혐의 등으로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약 82억원을 선고받았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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