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6개월간 진행한 군대 내 성폭력 실태 직권조사 발표…여군 절반, 군내 성폭력 "심각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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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국가인권위원회가 국방부에 성폭력 사건의 엄정한 처벌과 공정한 재판을 위해 군판사·군검사 인사의 독립성을 확보하라고 권고했다. 또 지휘관 및 부서장의 부하에 대한 성범죄는 가중 처벌하고,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온정적 처벌을 지양하라고 주문했다.


인권위는 지난 5월부터 6개월여간 군대 내 성폭력 실태 직권조사를 진행해 이러한 정책과 제도개선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국방부장관에게 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실태 조사와 권고안 마련은 직속상관에게 2차례 성폭행을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군 장교 사건을 계기로 촉발됐다.


해군본부에서 근무하던 A 대위는 지난 5월24일 오후 5시 40분께 충남 계룡시 자신의 숙소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해군 헌병단에 따르면 A 대위는 같은 과 과장인 B 대령에게 2차례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 군사법원에서 B 대령은 징역 17년과 신상정보 공개 10년이라는 중형에 처해졌으나 피고와 검사 측이 모두 불복해 현재 2심 재판 중이다.

인권위는 11명의 조사단을 구성, 육해공군 법무실, 국방부 검찰단 방문 조사에 나섰다. 여군이 성폭력 형사피해자인 사건의 기록과 판결문 173건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인권위는 군 내 성폭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성폭력 사건에 대한 엄정한 처벌과 공정한 재판이 필수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인권위는 군 사법 체계가 법무 병과 내에서 순환보직이 이뤄지다보니 사실상 독립적이고 공정한 재판이 진행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에 인권위는 “군판사, 군검사의 독립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국방부 군사법원은 보통군사법원 31개, 고등군사법원 1개가 설치돼 있다. 군판사와 군검사는 각각 40여명, 160여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는 가해자에 온정적인 판결을 내리는 다수 사례도 찾아냈다. 현역군인에겐 군형법을 적용해야하는데도 일반형법을 적용해 피고인 신분을 유지시켜 줬다거나 군형법상 강제추행 등으로 적용할 수 있는 사건을 양형기준이 약한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리한 사례 등 부적절한 법률 적용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음주를 하다 성추행을 해도 우발적인 범죄라며 선고유예한 사건 등도 확인됐다.


이어 인권위는 형사 처벌과 별도로 진행되는 징계에 대해서도 그 수준이 매우 약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3년 간 가해자 징계 처분 가운데 가장 강력한 징계인 파면, 해임을 받은 경우는 273건 중 20건(7.3%)에 불과했다.


또 인권위는 적절한 시기에 가해자가 징계를 받을 수 있도록 군인징계령을 개정하라고 권했다. 공소제기 후에는 즉각 징계절차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손을 보라는 제안이다. 징계위원회에 외부 위원을 포함하는 방안도 마련하라고 했다.


이와 함께 2014년부터 지난 6월까지 성폭력 피해 여군 부사관 124명 중 하사가 80%에 이른 것에 대해 인권위는 장기복무심사 등 중요한 시기를 앞둔 하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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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170명 여군에 대한 설문조사도 했다. 이에 따르면 여군 절반은 군 내 성폭력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심각하다고 응답한 여군이 47.6%, 매우 심각하다가 6.5%였다. 또 성폭력 피해를 당해도 15.3%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 이유는 피해사실이 여러 사람에게 알려지게 되는 것이 싫어서(7.6%), 장기선발이나 근무에 악영향을 미칠까봐(5.3%), 대응해도 소용없음(4.1%) 순이었다.


인권위는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면서 자칫 잘못된 판단과 행동으로 생명까지 잃는 안타까운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군관계자 및 국민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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