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억대 가상화폐 사기조직 적발…가수 박정운 ‘홍보역할’
인천지검, 마이닝맥스 계열사 임직원·최상위 투자자 등 21명 기소…54개국 피해자 총 1만8천명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검찰이 가상화폐 붐에 편승한 2700억원대 국제적 사기조직 사건을 적발, 채굴기 운영 대행 미국업체 임직원과 최상위 투자자 등 총 21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 중에는 '오늘 같은 밤이면' 등의 노래로 큰 인기를 끈 가수 박정운(55)씨도 포함됐다.
인천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최호영)는 20일 채굴기 운영 대행 미국업체 '마이닝맥스'의 계열사 임직원 7명과 최상위 투자자 11명을 사기 및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또 마이닝맥스의 홍보 담당 계열사 대표이사인 박씨 등 3명도 업무상횡령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달아난 최상위 투자자 4명을 지명수배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0월까지 가상화폐 '이더리움'을 생성할 수 있는 채굴기에 투자하면 많은 수익금을 가상화폐로 돌려주겠다고 속여 투자자 1만8000여명으로부터 2700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시가총액이 큰 가상화폐다. 가상화폐를 새로 얻으려면 수학 문제 등 어려운 수식을 풀어야 한다. 이더리움 채굴기는 이 암호를 풀어주는 고성능 컴퓨터 기계다.
마이닝맥스는 미국, 일본 등 국외는 물론 서울, 인천, 부산 등 전국적인 다단계 판매조직을 구성해 투자자를 모집해왔다. 하위 투자자들을 유치한 상위 투자자에겐 1년간 1인당 최소 1억원에서 최대 40억원의 수당을 줬으며, 실적 우수자는 벤츠 등 외제차, 고급 시계, 순금 목걸이 등도 제공했다.
마이닝맥스는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2700억원 중 750억원만 채굴기를 사는 데 쓰고 나머지 돈은 계열사 설립자금이나 투자자를 끌어온 최상위 투자자들에게 수당으로 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투자자 수만큼 제대로 가상화폐를 채굴할 수 없게 되면서 수익금 지급이 지연됐고, 하위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상위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주며 돌려막기를 하다가 회장과 부회장은 해외로 도피했다.
마이닝맥스는 자금관리회사 3개, 전산관리회사 3개, 고객관리회사 2개, 채굴기 설치·운영회사 2개, 홍보대행 회사 1개 등 모두 11개의 계열사를 보유했다. 이들 계열사 가운데 전산관리회사들은 실제로 가상화폐가 채굴되는 것처럼 조작할 수 있는 전산 프로그램을 개발해 피해 투자자들을 속였다.
또 이번 사건에 연루된 가수 박씨는 홍보대행 회사의 대표를 맡아 올해 8∼10월 8차례 회사 자금 4억50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현재까지 수사결과 사기 혐의는 드러나지 않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번 사건과 관련 나라별 피해자 수는 한국 1만4000여명, 미국 2600여명, 중국 600여명, 일본 등 700여명으로 각각 추산됐다.
한국인 피해자 가운데 30대 한 남성은 결혼 자금으로 모은 2500만원으로 채굴기 10대를 샀다가 아무런 수익도 거두지 못했고, 60대 전직 교사는 30년간 교직 생활을 하고 받은 퇴직금 중 5000만원을 투자했다가 모두 날렸다. 또 아내가 말기 암으로 투병중임에도 전 재산을 투자해 채굴기를 구매했다가 돈을 날린 폴란드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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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가상화폐 채굴기를 판매하고 직접 채굴해 줘 더 큰 수익을 보장한다는 새로운 수법의 사기범행”이라며 “투기 위험성이 높은 가상화폐에 대한 묻지마식 투자 현상이 만연될 경우 네덜란드 튤립투기와 같이 서민경제의 붕괴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미국과 캐나다 등지로 도주한 미국인 회장 A(55)씨 등 마이닝맥스 임원과 계열사 사장 등 7명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을 통해 적색수배를 내렸다. 또 회장 수행비서 등 4명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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