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왜 도박에 빠졌나]中. "청소년 도박, 그렇게 심각한가요?"
지난해 예방교육 받은 중학교 7.1%·고등학교 7.4%뿐
불법도박으로 형사입건 건수 매년 느는데 손놓은 정부
교육부 "아직 시급하지 않아 국가가 나설 단계 아니다"
'도박 학교' 낙인 찍힐까 학교도 교육 부담스러워 해
청소년이 신종 온라인 불법 도박 중 하나인 '소셜 그래프'를 하는 모습. 청소년 인터넷 불법 도박 중독은 절도·사기 등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관련 정부기관과 교육 당국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사진=윤동주 기자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청소년 인터넷 불법 도박 중독은 절도·사기 등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관련 정부기관과 교육 당국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도박 예방교육을 한 번이라도 한 중학교는 전국 3204곳 중 226곳으로 7.1%, 고등학교는 2334곳 중 173곳으로 7.4%에 불과했다. 학생 수로 환산하면 중·고교 대상 학생 337만4217명 중 3.7%에 불과한 12만7324명만이 예방교육을 받았다는 것이 센터의 설명이다.
청소년 도박은 주로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해 이뤄지기 때문에 관련 정부기관은 교육부, 여성가족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여러 부서에 걸쳐 있다. 그러나 청소년 도박과 관련한 대책은 전무한 게 현실이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예방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강사를 양성해도 유관기관과 협력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교육 당국은 청소년 도박 문제가 대책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청소년 도박 문제가 없다고 하긴 어렵겠지만 시급하지는 않다고 본다"며 "아직 국가가 나설 단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우리가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그와 같은 실태가 아직 드러나 있지 않다"고 했다.
실제 현실은 교육 당국의 현실 인식만큼 녹록하지 않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3년마다 발간하는 '청소년 도박 문제 실태조사(2015)'에 따르면 중1~고2학생 274만5000명 중 14만명(5.1%)이 도박 문제 위험 및 문제군으로 조사됐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불법 인터넷 도박으로 형사 입건된 10대 청소년은 2014년 110명에서 2015년 133명, 2016년 347명으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돈을 잃은 청소년 가운데 일부는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채에 손을 대 깊은 수렁에 빠지거나 절도, 인터넷 사기 등 범죄로 연결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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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학교들도 도박 예방교육을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불법 도박이 만연한 학교처럼 비칠까 염려하는 것이다. 보건교사들도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유관기관이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지 않는 상황에서 기존 커리큘럼 외에 도박 예방교육이 추가되면 업무량이 증가한다는 것이 이유다.
권선중 침례신학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교육 당국의 무관심이 청소년 도박 문제를 심화시키는 큰 요인 중 하나"라며 "교육 당국은 청소년 도박 문제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예방교육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미숙 남양주 별내고 전문상담교사는 "청소년 도박 문제를 주관하는 부서가 있어야 하고, 지방 의회는 조례를 만들어 도박 예방교육을 의무화하고, 학교에도 담당교사를 둬야 한다"며 청소년 도박에 대한 교육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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