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에 엇갈린 소비심리…"날씨가 최고의 영업사원" vs 노점상·재래시장은 '칼바람'
오늘 아침 최저기온 다시 영하권
백화점·대형마트·오픈마켓 방한상품 매출 두자릿수 성장
노점상·재래시장·외식업체 강추위로 손님 끊겨
채소·과일값 오름세…냉해 우려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이선애 기자, 조호윤 기자]#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친 30일 오전 7시.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에는 전날 밤 10시부터 모여든 500여명의 인파로 장사진을 이뤘다. 이날 마지막 물량이 풀리는 '평창 롱패딩'을 구매하기 위한 행렬이다. 이날 아침기온이 다시 영하로 떨어지는 맹추위가 시작되면서 패딩 구매 열풍은 한층 뜨거워진 모습이다. 같은 시간 롯데백화점 소공점 앞 노점상은 한산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뜨거운 오뎅국물과 김밥, 토스트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지만, 두꺼운 외투와 목도리로 꽁꽁 싸맨 직장인들은 찬바람을 맞으며 이른 출근길을 재촉했다.
일찍부터 겨울추위가 몰아치면서 유통업계에선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날씨가 최고의 영업사원'으로 꼽히는 주요 백화점과 쇼핑몰, 패션업계는 방한 상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활짝 열고있는 반면, 길거리 상점가와 재래시장, 외식업종은 칼바람을 정면으로 맞고 있다.
30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온이 처음으로 영하권으로 떨어진 뒤 이날까지 보름간 영상으로 회복된 날은 지난 28일 하루에 불과하다. 영하권 날씨가 이어지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선 겨울의류와 방한용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롯데백화점에선 지난 16~27일 아웃도어와 스포츠웨어 매출은 전년대비 각각 39%와 43.4% 증가했다. K2의 롱다운 물량은 전체 11만장으로, 이중 90%가 판매된 상황이다. 네파의 롱패딩 '사이폰 벤치다운'은 7차 재주문에 들어갔고 휠라의 롱다운 판매는 지난달 출시 이후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650% 증가했다.
이마트에선 지난 23~28일 장갑 매출이 2주전과 비교해 각각 234.5% 급증했고, 핫팩과 스카프 및 머플러 판매는 각각 76.8%와 64.8% 늘었다. 오픈마켓 11번가는 지난 15~29일 전기히터 매출이 이달초(1~15일)에 비해 73% 증가했다. 추위로 바깥출입을 꺼리면서 배달전문 외식 브랜드들 역시 평소보다 늘어난 주문량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한 외식 브랜드 배달 콜센터에 따르면 1일 주문전화 건수는 평소보다 20%가량 늘었다.
반면 로드숍과 재래시장, 노점상은 강추위 속에 매출마저 곤두박질하면서 울상이다.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여성의류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너무 추워서 밖에서 일하는게 어려운데 이번주 계속 손님이 없어 더 힘들다"고 호소했다. 명동에서 액세서리 노점상을 운영하는 상인은 "유동인구는 예전보다 늘었지만 추워서 그런지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이 태반"이라며 "중국인 관광객(요유커)들이 많이 와야 사정이 나아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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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외식업체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추워진 날씨 탓에 소비자들이 야외활동을 줄이면서 손님 발길이 뚝 끊긴 것.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추위가 본격화된 후 손님이 평소에 비해 30%가량 줄었고, 비가 많이 온 주말에는 예약 취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길거리에 위치한 로드숍들의 표정도 밝지않다. 중국의 한국 단체 관광 전면 금지 조치가 최근 9개월여만에 해제됐지만, 정상화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데다 내수 고객마저 뚝 끊긴 탓이다. 명동의 한 화장품 로드숍 관계자는 "요우커의 빈자리를 내수가 뒷받침해주면 좋겠지만, 객단가 차이가 커 비교 불가 대상"이라며 "최근 날씨가 추워지면서 로드숍 고객 유입량도 줄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농가ㆍ유통업체와 소비자 등은 가뜩이나 고공행진해온 농작물 가격이 한파 속 더 오를까 우려하고 있다. 29일 기준 상품 소매가를 보면 사과가 11.9%, 감귤이 6.5%, 단감이 17.0%, 바나나가 4.7% 높다.추위 속 과일이 냉해를 입어 생산량이 떨어지면 가격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산지를 다변화하는 등 수급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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