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포항 북구 남산초등학교 강당에 300여명의 지진 피해 이재민들이 아침을 맞고 있다. 사진=김민영 기자

21일 오전 포항 북구 남산초등학교 강당에 300여명의 지진 피해 이재민들이 아침을 맞고 있다. 사진=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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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21일 오전 8시 57분께 포항 북구 흥해읍 남산초등학교 강당. 갑작스러운 ‘쿵’ 소리에 300여명의 지진 피해 이재민들이 순간 동요했다. 이재민들은 “와” “아이고” 등의 말을 내뱉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진난거 맞제” “아침부터 뭔일이꼬” “운동장에선 못느꼈는데 지진 났능교” 등의 안부를 물었다. 몇 분 뒤 규모 2.1 여진이 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주민들은 여진으로 하루의 시작을 맞았다. 이날 오전 5시 58분과 9시 53분에도 각각 규모 2.0, 2.4의 여진이 발생해 지난 15일 규모 5.4 포항 지진 이후 총 61차례의 여진이 발생했다.


이재민들이 임시 대피소 생활 일주일째를 맞았다. 이재민들은 기약없는 대피소 생활에 작은 소리에도 신경이 곤두서는 등 힘겨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이재민들은 지진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소리에 민감하다. 옆 사람의 재채기나 기침 소리에도 ‘혹시나’하는 마음에 신경이 예민하다. 또 강당 안에서 사람들이 짐을 옮기거나 아이들이 뛰어다닐 때 나는 ‘쿵’하는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주민들이 많다. 김대하(70)씨는 “오밤 중에도 ‘쿵’ 소리만 나면 놀라서 다들 벌떡 일어난다”고 했다. 그는 대피소 생활을 하며 감기를 얻어 마스크를 달고 산다. 수백 켤레 신발에서 날리는 흙과 먼지 탓에 호흡기도 좋지 않다고 한다.


남편과 함께 대피소에 머무는 김옥선(79)씨도 “짐 옮길 때 나는 소리 때문에 마음이 불안하다”면서 “소리가 날 때마다 집이 흔들려 밥상을 붙잡고 있던 지난 지진 생각이 난다”고 호소했다. 그는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두통을 가라앉히기 위해 일주일째 약을 먹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까지 450여명의 주민들이 재난 심리회복 상담을 받았다.

이재민들의 건강 악화도 우려된다. 올해로 60살인 박영근씨는 지난 1월19일 뇌출혈로 쓰러졌다. 고관절도 좋지 않아 걷는 것조차 힘이 든다. 흥해읍에 있는 박씨 집은 지난 15일 심하게 흔들리더니 벽에 쩍쩍 금이 갔다. 다행히 간병인과 함께 있어 흥해실내체육관으로 대피한 뒤 일주일째 대피소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6개월을 중환자실에 있다가 지난 6월 퇴원했는데 몇 달 만에 이런 고생을 하게 돼 몸이 성치 않다”며 한숨 쉬었다.


남산초 강당에 머무는 주민들은 흥해실내체육관 텐트동(254개) 입주 대기자들이다. 바로 옆 흥해공고에 있는 이재민 300여명과 함께 텐트동에 들어가거나 인근 기업 수련원 등으로 조만간 이동하게 된다.

20일 밤 포항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의 한 집에서 불빛이 새나오고 있다. 사진=김민영 기자

20일 밤 포항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의 한 집에서 불빛이 새나오고 있다. 사진=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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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일부 주민들이 지진에 둔감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자칫 지난번 같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더 큰 피해가 날까 우려될 정도다.


지진으로 주민 절반이 이재민이 된 대성아파트(흡해읍)를 전날 오후 8시께 찾아가보니 D E F동은 적막에 휩싸여 있었다. 대성아파트 3개동은 현재 유일하게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북구 환여동의 대성빌라 등 4개소는 전날 오후 6시에 통제가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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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부 주민은 위험을 무릅쓰고 집에서 잠을 청하거나 짐을 빼기 위해 건물을 아무 때나 드나들었다. 깜깜한 밤인데도 동마다 한두 세대가량 불이 켜졌다 꺼졌다 했다. 창문 너머 실루엣으로 사람 움직임도 보였다.


대성아파트 통제임무를 수행하는 한 경찰 관계자는 “밤에 주민이 와서 잠을 자기도 하고, 짐을 옮기기도 한다”며 “잠자겠다고 오는 주민을 막을 권한이 경찰에겐 없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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