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송파구 풍납동 일대 전경(사진=송파구)

서울시 송파구 풍납동 일대 전경(사진=송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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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2만여가구가 밀집한 초대형 아파트 단지 아래에 2000년전 유물이 잠들어있다면 주민들이 떠나야 할까? 아니면 유물을 파묻어야 할까? 이탈리아의 폼페이 유적지나 중국 진시황릉 유적지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서울 송파구 풍납동이 현재 처한 상황이다. 이곳에서 발견된 '풍납토성'이 백제의 첫 수도였던 하남위례성으로 추정되면서 개발과 문화재 보존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게 된 것이다.


풍납토성이 백제 유적지라 알려진 것은 1925년, 을축년 대홍수로 토성의 일부지역이 쓸려 내려가 지하에 묻혔던 유물들이 지면으로 노출, 발견되면서부터였다. 일제는 이 유물들 중 일부를 발굴했고 이때부터 사적지가 됐다. 본격적인 발굴은 1960년대 서울대학교 조사팀이 발굴을 시작하면서 전개됐으나 그때까지만 해도 방이동에 있는 몽촌토성에 딸린 작은 산성 정도로만 인식됐다.

풍납토성의 운명을 바꾼 것은 1997년,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백제시대 유물이 발견된 이후다. 이곳에선 지금까지 3만여점의 백제 유물이 쏟아져 나왔고 건물터, 도로 자취 등이 발굴되면서 문화재청과 서울시, 송파구가 연합해 복원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정부가 1997년 이후 20년간 막대한 보상비용을 써가며 토지를 매입해온 결과였다. 보상비만 따져도 지금까지 6000억원 이상이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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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진통도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978년 들어선 삼표레미콘 공장 이전을 둘러싼 삼표산업과 정부간의 갈등이다. 삼표산업은 풍납토성의 서쪽 성벽이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에서 40년 가까이 레미콘 공장을 운영해왔다. 정부에서 이 지역을 매입하고자 삼표산업과 협상에 나선 것은 2013년이다. 당시 정부는 전체 공장터의 64%인 1만3566m²를 435억원에 먼저 매입했다. 그러나 이듬해 삼표산업이 공장이전을 거부하고 정부의 강제수용에 대항해 '사업인정고시 취소 소송'을 내면서 소송전이 시작됐다.

1심판결에서는 서쪽 성벽이 존재한다는 근거가 부족해 삼표산업이 승소했지만, 지난 2일 발표된 2심판결에서는 1심판결이 다시 뒤집어졌다. 지난달 삼표레미콘 공장 인근에서 성벽과 석축시설 등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상황이 바뀐 것이다. 서울시와 송파구는 복원작업에 속도를 내서 주요 성벽과 왕성 등 주요 터를 복원해 202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발 속에서 풍납토성의 복원이 얼마나 빨리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풍납토성 전체를 복원하려면 풍납동에 거주하는 2만여 가구를 모두 이주시켜야한다. 막대한 보상비용과 복원작업 등을 고려한다면 21세기 내엔 못 끝낼 수도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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