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스크린쿼터에 발목 잡힌 특별상영관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최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대형 복합상영관(멀티플렉스)들이 특별상영관을 '청소년영화전용관'으로 등록해 한국영화 의무 상영일수(스크린쿼터) 준수 의무를 회피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화진흥위원회 스크린쿼터 준수내역 현황에 따르면, CGV와 롯데시네마는 4DX(4차원 경험)ㆍ슈퍼4D(슈퍼 4차원)ㆍ아이맥스 상영관을 모두 청소년영화전용관으로 등록했다. 지난해 전국 예순네 곳에서 스크린쿼터 428일이 경감되는 혜택을 받았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제19조에는 '영화상영관 경영자는 해마다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연간 상영일 수의 5분의 1이상 한국영화를 상영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청소년영화전용관은 여기서 최대 20일이 감경된다. 청소년 관람불가가 아닌 한국영화를 53일만 상영하면 된다. 단 외화 상영에서 청소년 관람불가나 제한상영가 영화를 배제해야 한다.
노웅래 의원은 "그동안 국내 청소년영화는 4D나 아이맥스 상영관용으로 제작된 사례가 없다"며 "멀티플렉스가 법의 미비함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영비법에 청소년영화의 개념은 따로 명시돼 있지 않다. 제29조 2항에 전체관람가ㆍ12세 이상 관람가ㆍ15세 이상 관람 영화로 한정한 정도다. 특별상영관에서 청소년관람가 영화만 상영했다면 청소년영화전용관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고 할 수 있다.
멀티플렉스들의 고육지책이다. 특별상영관들이 스크린쿼터 때문에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4DXㆍ슈퍼 4D관이 그렇다. 두 상영관은 영화의 장면에 따라 좌석이 떨리거나 움직이고, 바람ㆍ빛ㆍ안개ㆍ물 등 특수효과로 오감을 자극한다. 관객에게 영화 속에 들어간 것 같은 체험을 선사한다. 여기에 적합한 한국영화는 많지 않다. '공조(2017년)', '부산행(2016년)', '명량(2014년)' 정도다. 이 영화들도 좌석이 상하ㆍ좌우ㆍ앞뒤로 움직일 만한 카메라 움직임이 많지 않고, 특수효과도 부족한 편이다. 결국 이 상영관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최적화됐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한계는 특수효과가 없는 일반영화 상영에서도 나타난다. 좌석(모션체어)이 일반상영관의 의자처럼 푹신하지 않다. 등받이가 수직에 가까운데다 뒤로 젖혀지지 않아 관람하기에 편안하지 않다. 모션체어는 좌석 네 개가 연결돼 있다. 의자가 바닥에서 30㎝가량 떨어져 한 관객이 움직이면 나머지 세 관객이 영향을 받는다. 4DX관에서 일반영화를 감상한 관객들은 "의자가 딱딱해 피곤하고 영화에 몰입하기 어려웠다", "왜 특별상영관에까지 스크린쿼터를 적용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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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조사한 4DX관 운영 현황에 따르면, 4DX용 영화와 일반영화의 좌석점유율은 각각 23.9%와 19.4%다. 황재현 CGV 홍보팀장은 "4DX용 영화의 입장료가 일반영화보다 높은데도 특수효과를 선호하는 관객이 그만큼 많아 보인다"고 했다. 다른 극장 관계자는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4DX관이 정작 국내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이유가 스크린쿼터일 수 있다"며 "일반영화 상영으로 잘못된 인식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영화진흥위원회는 "조만간 멀티플렉스들을 만나 특별상영관의 애로사항을 살피고 활성화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우리 영화가에서 스크린쿼터는 여전히 예민한 문제다. 그러나 특별상영관에까지 스크린쿼터를 적용하는 문제는 현실을 반영해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스크린쿼터 적용에 융통성을 부여할 수도 있고, 그러한 조치가 어렵다면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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