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주년 경찰의날]수사 부실·性비위·검찰 수사…경찰 '침울의 날'
이철성 경찰청장이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경찰의 날 기념식에 앞서 최종 리허설 점검길에 세월호 광화문 분향소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어금니 아빠' 이영학씨 사건에 대한 초동수사 부실을 비롯해 각종 성 비위, 전직 고위 경찰에 대한 검찰 수사 등 잇단 비판과 악재 속에 경찰이 그 어느 때보다 우울한 '경찰의 날'을 맞이했다.
경찰청은 20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제72주년 경찰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경찰의 날은 매년 10월21일이지만 올해는 토요일인 까닭에 하루 앞당겨졌다. 특히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하던 예년과 다르게 시민들과 소통하고 '인권경찰'로의 변화를 알리고자 광장으로 나왔다. 일대 도로를 통제한 채 다양한 축하공연 무대와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국민 신뢰 확보를 위한 대테러 진압 시범까지 준비했다.
그러나 축제의 장 속에서도 경찰은 엄숙한 분위기를 보였다. 최근 일련의 사태로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시각이 싸늘해졌기 때문이다. 딸의 친구를 살해한 이씨 사건에 대한 경찰의 초동 대응 부실이 대표적이다. 지난 17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지방경찰청 국정감사에서는 여야가 한목소리로 이를 비판했다. 결국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초동수사 부실로 이 같은 결과가 발생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정확한 진상조사로 책임을 가리고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사과했다.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과 관련, 당시 현장 살수요원과 지휘 라인에 있던 경찰관 4명을 검찰이 기소한 것도 경찰 사기 저하에 큰 영향을 미쳤다. 경찰 내부망에는 수뇌부에 대한 아쉬움과 자괴감을 호소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한 일선 하위직 경찰관은 "한 생명이 숨진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결과적으로 말단에서만 책임을 지는 모습이다"면서 "현장에서 고생하는 직원들이 믿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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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경찰 최대 과제인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에 악영향을 미칠 사건까지 발생했다.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인사 청탁을 받고 뒷돈을 챙긴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는가 하면, 경찰이 전직 서울 자치구 구청장의 인사 비리에 대한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또 경찰의 날을 앞둔 지난 18일 대전지역 한 경찰관이 대학 후배를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됐고, 지난달에는 전남지역 학교전담경찰관(SPO)이 여중생 자매를 성추행해 구속되는 등 불신을 자초했다.
대내외적으로 각종 논란이 불거지자 현직 경찰 8000여명을 회원으로 둔 경찰 내 대표적 개혁 성향 커뮤니티 '폴네티앙'을 비롯한 일선 경찰관들은 자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류근창 폴네티앙 회장(경남 함안경찰서 경위)은 "국민의 지지 없이 경찰개혁과 수사권 조정 등 당면 과제들의 해결은 불가능하다"며 "침체한 분위기지만 경찰이 자정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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