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가 끝난 뒤 일본 지방문화에서 받은 인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염천(炎天)의 극한 더위도 이겨내도록 한 것은 축제의 무엇 때문이었을까. 200여 참가팀은 30명 넘는 인원에서부터 100명 정도에 이르기까지 규모가 다양했다. 한데, 팀 구성이 남녀노유(男女老幼)를 아우른 점이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다. 팀 선두에는 춤사위가 가장 뛰어난 이가 배치됐으나 그렇다고 해서 이들만이 중심은 아니었다. 춤은 모두가 같은 동작으로 높은 완성도를 유지해야 하므로 아이들조차 자기의 서툰 동작을 진지함으로 메우며 행진했다.
일본의 축제문화는 오래 전부터 우리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역축제나 관광상품 구성에 참조되고 있다 들었다. 하지만 일본의 축제는 '경제 활성화'라는 측면만 고려한 게 아니다. 축제는 빙산처럼 조밀한 지역문화를 기반으로 한 지방 시민문화의 오래된 저력을 잠시 드러내보인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의 축제는 지방 분권의 오랜 역사와 지역적 특색을 근간으로 삼는다. 다른 축제와 마찬가지로 일본 전역에서 활동하는 요사코이춤 동호인들의 참여로 이뤄진다. 이들은 축제 참여를 자랑으로 여기고 이를 존중하는 문화적 통념과 일본 시민사회의 몸통이다. 수많은 동호회는 군무 동작을 익히며 8월 축제를 맞이한다. 이제 축제는 지역문화를 기반으로 세계문화를 한데 버무려 발신하는 뛰어난 관광상품이 됐다.
축제를 기획한 시기는 1954년 미군정이 끝난 직후였다. 어려운 전후경제 시기 척박한 땅의 경제 활성화를 문화에서 찾은 것이다. 인근 도쿠시마현에서 400년이나 이어온 아와오도리 축제를 참조해 일본 전역으로 축제 열기를 확산시켜 오늘의 향연을 만들었다. 식민지와 압축적인 산업화를 거쳐온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버린 지역축제와 건강한 지방문화를 이곳 일본에서 절감한다는 것은 한편으로 매우 섭섭한 일이다. 그러나 어쩌랴, 문화는 물처럼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흘러가는 것을. 우리가 버린 것들을 되찾고 잊혀진 것을 다시 기억해내며 전통을 고양하는 이곳의 축제 광경은 우리의 지방문화가 보고 배워야 할 길 하나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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