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쇼크 그후①]친환경마저 배신…'먹거리 공포'에 떠는 대한민국
믿고 구매했던 '친환경 계란'도 살충제로 범벅
좋은데이서 담뱃재 추정 물질 발견, 지하수도 부적합
질소과자·햄버거병·살충제 계란으로 먹거리 불안감 극에 달해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가정집 식탁위에 항상 오르는 '계란 후라이'. 식당에 갈때마다 등장하는 반찬 '계란말이'. 그런데 살충제로 범벅이 된 계란이었다. 그야말로 계란의 배신이 아닐 수 없다. '친환경 인증'만 믿고 비싼 돈을 들여 구매했던 소비자들의 배신감은 이루말 할 수 없다. 건강을 위해 꼭 한개는 챙겨먹어야 한다는 '건강=계란 한알'의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가정집에서 계란이 자취를 감췄고, 식당에서도 계말말이 메뉴가 사라졌다. 김밥집에서는 계란을 뺀 김밥만 판매를 하고 있고, 도시락의 상징적인 존재였던 계란 후라이가 빠졌다.
◆"믿을 게 없다" 먹거리포비아, 악화일로=대한민국이 먹거리 포비아(불안증) 공포에 떨고 있다. '용가리 과자(질소과자)'와 '햄버거병'에 이어 최근 '담뱃재 소주', '살충제 계란' 까지 논란이 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친환경'으로 포장됐던 계란에서 대거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이제 소비자들은 대한민국의 식품안전관리체계 그 자체를 아예 믿지 못하고 있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에 따른 전수조사 결과 살충제가 검출된 계란을 생산한 농가는 49곳으로 밝혀진 가운데, 친환경 인증 농가가 31곳에 달했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 크다.
검출된 약품성분별로 보면 닭에 사용이 금지된 '피프로닐'이 검출된 농가가 8곳, '플루페녹수론'이 2곳, '에톡사졸'이 1곳, '피라다벤' 1곳 등이다.
살충제 계란으로 소비자들은 밖에서 사먹는 것도 아닌 집에서 해먹는 음식을 통해 살충제를 흡입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한 소비자는 "건강을 유난히 챙기는 가정집은 집에서 직접 해먹는 것만큼은 안전하다고 믿어왔기 때문에 직접 해먹는 계란후라이를 통해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담뱃재 소주도 소비자들을 분노케했다. 무학은 지난 8일 담뱃재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혼입된 '좋은데이' 소주를 제조·판매한 사실이 적발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해당 제품에 대한 5일 제조정지 처분을 받았다. 공장에서 사용하는 지하수도 부적합 판정이 나와 폐공 조치했다.
이는 부적합위반법령식품위생법 제7조(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에 관한 기준 및 규격) 4항과 식품위생법 제37조(영업허가 등) 2항에 대한 위반이다. 적발된 제품은 지난 5월22일 병입된 76만9610병에 해당한다. 적발은 미개봉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제보로 이뤄졌다.
이물질은 식약처 조사 결과 담뱃재로 추정됐다. 이에 대해 무학은 담뱃재 추정물질이 병에 붙어 고착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 소비자는 "소주는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대표주는 품목 아니냐"며 "이물질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가 갈수록 늘고 있어 대한민국에서 믿고 먹을 것은 없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식품 위생으로 인한 피해는 약 343건이다. 그 중 이물질에 의한 치아파절이 239건(54.7%)이며 부패 성분을 섭취해 장기손상으로까지 이어진 경우도 74건에 달한다.
살충제 계란에 분노함 엄마들은 앞서 '용가리 과자'에 이미 충격을 받았다. 이달 초 충남 천안시에서 한 초등학생이 액체질소가 든 '용가리 과자'를 먹은 후 위에 5㎝ 크기의 구멍이 뚫려 응급 수술을 받아 질소 과자가 도마위에 올랐다. 이 과자는 먹으면 입에서 연기가 나는 과자인데, 액체 질소가 첨가된 것이 특징이다.
식약처는 최근 문제가 된 용가리 과자의 후속대책으로 액체질소가 최종적으로 제품에 남아 있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첨가물 공정'을 10월까지 개정할 예정이다. 한 소비자는 "이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부는 질소과자의 유해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언제나 뒷북대응을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는 햄버거병에 대한 공포도 심한 상황이다. 지난해 9월 경기도 평택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햄버거를 먹은 4세 여아의 콩팥이 90% 가까이 손상되는 등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이란 질병에 걸린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햄버거병 논란이 확산됐다. 이 아이의 부모는 덜 익은 맥도날드 패티가 이 병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현재 맥도날드와 법적 소송을 벌이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는 40대 전업주부 박모씨는 "과자, 햄버거 모두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인데, 논란이 된 이후 일절 구매를 하지 않고 있다"며 "이젠 계란 후라이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빵, 과자 등 다른 먹거리로도 확산되는 가운데 20일 서울의 한 빵집에서 소비자가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문호남 기자 munonam@)
원본보기 아이콘◆'안전하다' 문구에도 등돌려 '매출 뚝'=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이 외면은 현실화되고 있다. 대형마트의 계란 소비가 급격히 감소했고, 계란을 주 원료로 하는 빵 등 가공식품은 물론 김밥가게 등 식당가도 발길이 뚝 끊긴 손님들만 기다리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계란 재판매를 시작한 국내 주요 대형마트의 계란 매출이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16∼19일 이마트에서 계란 매출은 전주 같은 기간보다 40%가량 줄었다.
이마트가 계란 판매대 옆에 '현재 판매되고 있는 계란은 정부 주관 아래 실시된 살충제 검사를 통과한 상품이다'라는 내용의 입간판을 세워놓는 등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불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이마트 관계자는 "계란 매출이 당장 예년 수준을 회복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16∼18일 롯데마트 계란 매출은 전주 같은 기간보다 45% 감소했다. 롯데마트는 정부로부터 받은 적합 판정서를 출력해 계란 판매대에 붙여놓았지만, 소비자들은 계란 매대를 그냥 지나치고 있다.
농협하나로마트는 16일 오후부터 정부 조사 결과 안전성이 확인된 달걀 판매를 재개했지만, 최대 매장인 양재점의 16∼18일 계란 매출은 평소보다 40% 줄었다.
마트에서 만난 한 주부는 "당분간 계란은 믿을 수 없어 구매를 하지 않을 계획이다"며 "이제 안전하다고 해도, 스스로 공부해서 꼼꼼하게 선택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는한 계란 매대를 갈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계란으로 만드는 대표 제품인 빵도 소비가 급감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 매장도 매출 감소를 겪고 있지만 직격탄은 자영업자들의 동네 빵집이 맞고 있다. 한 빵가게 점주는 "계란 소비가 줄면서 빵과 과자 판매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며 "반토막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계란 파동전보다 비교해 25%가량은 줄었다"고 말했다.
식당가도 마찬가지다. 한 김밥가게 관계자는 "김밥 재료로 사용되는 계란이 살충제 검사결과 '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내용의 '식용란 살충제 검사결과 증명서'도 내걸었지만, 손님들의 불안감을 잠재우는 데는 별 효과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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