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규제法 국회 전수조사]소상공인 보호 vs 소비자 권익…'票' 계산 바쁜 정치권
국회 25개 유통산업발전법 계정안 계류
지역구 이해관계 맞물려
업계 "쇼핑 편의·일자리 창출 역행"
찬성의원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성과"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유통규제 관련 법안은 소상공인 및 골목상권 보호라는 명분과 소비자 권익침해와 유통산업 침체라는 이해관계가 팽팽히 맞선다. 2012년 3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월 2회 의무휴업제도가 도입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유통규제에 대한 평가도 여전히 엇갈린다. 유통산업은 소비자와 접점에 있는 만큼 신중한 규제가 필요하지만, 정치권에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계산에 분주하다.
3일 아시아경제의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소위원회 소속 국회의원(14명)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복합쇼핑몰 출점규제 등 새로운 유통규제 법안에 찬성하는 의원들은 대부분 여당 소속이다. 일부 의원을 제외한 야당은 입장을 보류했다. 복합쇼핑몰 출점규제 방안이 담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지난 3월 입법의 1차 관문인 산자위 법안소위에서 논의된 바 있다. 당시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개정안 처리를 촉구했지만, 정부가 난색을 표시하면서 무산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대선에서 복합쇼핑몰 출점 규제를 10대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다. 서울과 부천, 부산, 청라 등 유통 대기업들의 복합쇼핑몰 출점이 예정된 지역 소상상공인들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잇따라 상경투쟁을 벌이며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총 25개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계류 중인데, 대부분이 지역구를 둔 여야 의원이 발의했다. 특히 야당 의원들 가운데는 부산과 인천, 대전 등 최근 복합쇼핑몰 출점을 놓고 지역 상인들의 반발이 큰 지역이다. 또 법안소위에선 지역구 이해관계가 맞물린 정유섭 의원을 제외한 야당 의원 대부분이 개정안 처리에 입장을 유보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 등 산자위 야당 간사 3명은 "당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고, 곽대훈ㆍ김도읍ㆍ최연혜 자유당 의원은 "법안소위에서 더 논의할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야당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만큼 쟁점법안은 의원 개인의 입장이 아닌 당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의 경우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이행이 절실한 반면, 야당 입장에선 잡음 없는 정부의 국정운영이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 때문에 여야가 법안심사에서 '쟁점법안 주고받기' 방식의 구태가 재연될 경우 골목상권 및 소비자 권익과 밀접한 법안이 졸속으로 처리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통업계에서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미국 등 선진국처럼 쇼핑몰에서 여가를 보내는 '몰링(Malling)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쇼핑몰 출점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복합몰 등의 유통매장 출점이 소비자들의 쇼핑 편의를 돕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는 것.
하지만 산자위 법안소위 전수조사에선 복합몰 출점제한 등 새로운 유통규제에 찬성하는 의원들은 5년 전 도입된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가 골목상권 보호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고 답했다. 이들은 유통 대기업의 무분별한 출점을 막는 제도가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은 "대형마트가 들어오면 주변 점포가 굉장히 타격을 입는다"면서 "특히 (대형 유통매장이) 무분별하게 출점하고 있어 대도시는 몰라도 인구 10만명도 안 되는 도시에 마트가 들어오면 지역경제가 휘청거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단계적 출점 규제 등 절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에 계류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들은 대규모 점포의 입점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상권 및 전통시장과 협력을 통한 상생방안을 마련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고, 정유섭 의원은 "복합쇼핑몰의 경우 영화관과 음식점, 잡화점, 놀이시설 등이 모두 포함돼 인근 상권을 다 빨아들인다"면서 "신도시나 외곽지역 등에서 출점은 가능하지만, 도심 한복판에 들어오면 슈퍼와 일반음식점 등이 크게 타격을 입기 때문에 반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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