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난해 경제와 가계 상황을 생각하면 '파괴적 풍요'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로 낮았음에도 불구, 지난해 전체 가구의 소비지출은 오히려 0.5% 감소했다. 임금액이 증가하고 소비자물가도 낮았는데 가구가 소비를 줄였다는 건 결코 심리만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고용노동부가 사업체 임금 통계에서 집계하지 않는 '숨은 근로자들'도 위화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집계에서 제외되는 이들은 ▲건설업체에 고용되지 않고 최종 하도급자에게 소속된 근로자 ▲보모, 파출부 등 가정에 고용된 가사서비스업 종사자 ▲제조업 내 가내도급자 ▲포장마차, 노점상 등 고정사업장 없이 사업을 영위하는 자가 고용한 근로자 ▲농림어업부문의 가구 소속 근로자 ▲창업 준비 중이거나 장기 휴업 중인 사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 등이다.
최근 몇 년 새 국내 경제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되며 이런 근로자들은 빠르게 증가했지만, 통계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월 평균 342만원을 받는 근로자의 삶은 이들에게는 뜬구름 잡는 소리다. 대부분이 소득 하위 분위에 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이 줄거나 정체되면서 1분위, 2분위 근로자가구는 허리띠를 졸라맸다. 지난해 1분위 근로자가구의 소비지출은 2.6% 줄었고, 2분위의 소비지출은 전년과 동일한 수준에서 머물렀다. 한쪽에서는 임금상승률이 3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다른 한 쪽에서는 '쓸 돈이 없다'며 아우성치는 게 현실이다. 반면 각각 상위 20%, 상위 40%인 5분위와 4분위 근로자가구의 소비지출은 2.2%, 1.7% 증가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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