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상임전국위는 쇄신의 칼을 빼든 인 위원장이 친박을 겨냥해 내민 마지막 승부수의 성격이 강했다. 당규상 재적 51명 중 과반인 26명 이상이 참석해야 했으나 정족수에 미달해 열리지 못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며 상임전국위 무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허사였다.
인 위원장은 "오늘 사태에 대해 안타깝고 한편으론 부끄럽게 생각한다"면서 "나라를 망친 패거리 정치의 민낯이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을 국민 여러분께 낱낱이 보여준 사태"라고 규정했다.
앞서 새누리당은 지난해 5월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김용태 혁신위원장을 인준하려던 전국위원회가 친박들의 조직적 방해로 정원 850명의 과반수에 70여 명이 모자라 무산되기도 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상임전국위에서 당 최고위원회 역할을 대신할 비대위원을 추인받은 뒤 윤리위원회를 재구성하려고 했다. 이를 통해 인적청산 대상으로 지목됐으나 탈당을 거부한 친박 핵심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에 대한 징계절차에 들어가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 차원의 징계 중 '제명'은 의원총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지만 '탈당 권유'나 그 아래 단계인 '당원권 정지', '경고'는 윤리위 의결만으로도 가능하다. 탈당 권유를 받으면 10일 내에 탈당계를 제출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곧바로 제명된다.
인적쇄신 대상자들에 대한 압박 성격이 강했던 위원회가 무산되면서 새누리당은 내전의 늪에 빠지게 됐다. 친박의 정치적 입지도 덩달아 좁아지고 당내외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이지만 인 비대위원장이 받을 정치적 타격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새누리당에선 앞서 이정현 전 대표가 탈당계를 제출하고 소속 의원 30~40여명이 지도부에 거취를 위임해 인 위원장이 친박과의 싸움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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