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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동물원과 김광석, 우리가 가장 반짝였을 때의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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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동물원 멤버 박기영 인터뷰

박기영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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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왜 이름이 '동물원'이냐. 1988년 그룹 '동물원'이 결성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들어왔던 질문이다.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에서는 '동물원'의 결성 당시 모습이 그려진다. 음악을 좋아하는 동네 친구들이 뭉쳐 얼떨결에 '동물원'이 됐다는 에피소드다.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진짜' 동물원 멤버 박기영의 설명도 다를 게 없다. "사실은 아무도 우리가 '동물원'이 된 과정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대답이다. 최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말하며 웃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우리는 매주 한 곡씩 녹음을 했는데, 녹음이 끝나면 프로듀서를 맡았던 산울림 김창완 형과 술을 마셨다. 우리 멤버 일곱 명이 붙어도 창완이형 한 명에게는 못 당했다. 창완이형도 초짜인 우리가 걱정이 됐던지 그룹명을 '이대생을 위한 발라드'라고 해보자고 했는데, 멤버들이 결사반대했다(웃음). 어느 날, 술 취해서 일어나보니 '동물원'이 돼 있었다."
싱겁게 탄생한 '동물원'이지만, 이들의 데뷔 앨범은 후에 대한민국 100대 명반에 선정됐다. '거리에서', '말하지 못한 내 사랑', '잊혀지는 것', '변해가네' 등의 노래들은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이어진 2집에서도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혜화동', '별빛 가득한 밤에' 등의 히트곡을 내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예상치 못한 데뷔, 뜻밖의 성공이었다. 당시 언론에서는 '회색빛 도시의 서정을 노래했다'는 호평을 내놓았다. 박 감독은 "그런 인기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연주력도 떨어지는 데다가 녹음실 상황도 좋지 않았다. 우리는 뭔가 음악적으로 서로를 높게 평가하기 보다는 '어차피 우린 안 될거야'라는 분위기인 편이었다"고 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을 즐겨 듣던 일곱 명의 이십대 초반 청년들이 조악한 녹음실 한 구석에서 서툴게 연주를 하며 노래를 불렀던 그 여름의 모습은 이제 추억이 됐다. 하지만 30여년이 지난 지금, 그 때의 풍경을 다시 뮤지컬로 재연하는 까닭은 이들의 음악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의 감성을 건드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때 그 자리에 고 김광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김광석의 노래를 다룬 뮤지컬은 많이 제작됐지만, 실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은 없었다.

박기영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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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는 그룹 '동물원'이 가수로서 입지를 다진 후, 음악활동에 대한 견해 차이로 멤버들 간에 불화를 겪는 에피소드도 등장한다. 당연히 김광석은 음악을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끝내 팀을 나간다. 박 감독은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상처가 생각나 불편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도 모르게 그런 상처들과 대면하면서 치유가 됐다"고 했다.
올해는 김광석이 생을 마감한지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에 대한 그리움은 가득하다. 박 감독은 "광석이 형은 나머지 멤버들과 달랐다. 우리가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몰라 방황할 때에도 그 형은 딱 '노래할 사람'이라는 인상이 강했다"고 했다. 그가 기억하는 김광석은 "한없이 유쾌하고, 실없는 농담도 잘하고, 많은 사람이 모이면 꼭 중심에 있는 멤버"였으며 "그러다가도 또 한없이 우울하고, 조용하고, 말없는 형"이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정서적인 스펙트럼이 넓다고 했다. 살아있었으면 그를 따르는 수많은 후배들로 '김광석 사단' 하나는 차리고도 남았을 거라고도 했다.

여러 히트곡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노래로는 '거리에서'를 꼽았다. "동물원과 김광석 그 모든 것의 시작이 되었던 노래"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사실 그 노래는 다른 멤버들이 제일 재미없어했던 노래다. 1집 가운데서도 가장 당시 주류의 분위기를 담은 곡이기도 했고. 하지만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노래기 때문에 이 노래를 빼놓고는 이야기가 안 될 것 같다."

이제 내후년이면 동물원이 결성된 지도 30주년이 된다. 일곱 명이었던 멤버는 여러 부침을 겪은 끝에 세 명이 됐다. 동물원과 김광석. 2016년에도 우리는 여전히 이들의 노래를 소환해 듣는다. 우린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 무릎을 치면서. 그게 바로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이 만들어진 이유다.

"공연의 연습 장면을 들여다보니, 진짜 젊은 시절 우리의 모습이 떠올랐다. 동물원 노래가 일상의 단면들을 다룬 노래가 많다 보니까 뮤지컬에도 제법 어울렸다. 작품이 처음에는 우리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우리와 동시대를 살았던 분들이라면 한 번쯤 경험했을 것 같은 보편적인 이야기도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들이 밝게 빛났던 시절이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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