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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대표 회동' 대신 '영수회담' 언급한 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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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히 이례적인 표현…靑 지지율 하락에 野 띄우기 분석도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청와대가 4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을 언급하면서 '영수회담'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청와대 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영수회담'이라는 용어를 언급한 것은 극히 드물었다는 점에서 야당에 대한 위상을 표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한 참모는 이날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담화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여야 영수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담화 마지막에 "여야 대표님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국민 여러분과 국회의 요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부분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던 중이었다.

이 참모의 발언이 관심을 끈 것은 박근혜 정부 들어 '영수회담'이 사실상 금기어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현재 청와대를 떠난 전직 참모는 현역 시절 사석에서 한 기자가 "영수회담은 어떻게 추진되냐"고 묻자 정색하며 "어떻게 대통령이 여야 대표를 만나는 것을 영수회담이라고 쓰냐. 여야대표회동을 써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현 정부는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나면 '여야대표 회동'이라는 표현을 써왔다. 또 당대표 외에 원내대표 등이 추가되면 '지도부회동'으로 불렀다.
청와대가 영수회담 대신 여야대표회동이라는 표현을 쓴 표면적인 이유는 '영수회담'이 다소 권위주의적인 냄새를 풍긴다는 점 때문이다. '영수(領袖)'는 대통령과 당수를 가리키는 말로 이해하기 쉽지만, 원래 '국가나 정치 단체 등의 우두머리가 서로 만나서 의제를 가지고 말을 나눈다'는 의미다.

과거 군사정권과 민주화 초기,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겸임하던 때는 여야 대표 자격으로 회담을 가졌지만 지금은 시대가 다르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하지만 '영수회담'은 3김중 하나였던 김대중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에는 여야간 신경전의 상징이 됐다. 주로 야당이 영수회담을 꺼내면 청와대는 용어를 피하는 식이다. 여야 공히 마찬가지다.

2006년 당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정부의 북핵대응 방식을 논의하자며 노무현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의했지만 당시 청와대는 거부했다. 이유는 '대통령이 당 대표가 아니어서 논의 틀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대신 '민생회담'이라는 이름을 달아 야당 대표와의 회동에 응했다.

박 대통령도 야당 대표 시절 영수회담을 언급한 바 있다. 2004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 시절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과 관련해 노 대통령이 영수회담을 제안하면 응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결국 현 정부 청와대가 영수회담을 거론하지 않은 것도 야당대표를 동일선상에 놓지 않겠다는 의미를 포함한 것으로 봐야 한다.

청와대가 영수회담을 직접 언급한 것은 박 대통령 지지율이 국정을 수행하기 불가능한 수준인 5%까지 떨어지면서 야당의 공세를 막기가 버거운 상황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또 야심차게 준비한 김병준 국무총리 인선카드가 절차상의 문제로 야당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힌 점도 청와대로서는 부담이다. 무조건 설득할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이면서 용어도 자연스레 달라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의 달라진 위상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영수회담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을 놓고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견이 나오고 있다. 한 참모는 "여야대표 회동과 영수회담은 사실상 같은 것"이라며 개의치 않는 반응을 보인 반면, 다른 참모는 "공식자리에서 언급된 게 아니라 딱히 지적할 수 없지만 용어를 잘못 사용한 것 같다"고 밝혔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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