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우진 한화투자증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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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팰림세스트(palimpsest) 같은 존재다.


팰림세스트는 서양에 종이가 전해지기 한참 전, 양피지도 귀하던 시대에 만들어진 말이다. 원래 기록을 지우고 그 위에 다른 글을 쓰기를 여러 차례 반복한 양피지 원고를 가리킨다. 팰림세스트에서는 최종 원고 외에 이전에 쓰인 내용도 읽을 수 있다.

사람은 왜 팰림세스트 같은 존재인가. 장구한 세월에 걸쳐 진화해 오늘날과 같은 인간이 됐지만, 과거는 아직 남아 있고 그중 일부는 작동한다는 뜻이다. 이는 미국 하버드대학 인류진화생물학자 대니얼 리버만 교수가 책 '인체 이야기'(The Story of the Human Body)에서 든 비유다.


진화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인류의 선조는 초식동물이었다. 나무에서 지내며 열매를 따먹었다. 나무에서 내려온 선행 인류는 서서 걸어다니며 뿌리작물과 어패류를 식단에 추가했다. 달리게 된 이후엔 추적사냥을 익혔고, 인류는 사냥으로 획득한 육류를 통해 단백질과 지방을 훨씬 더 많이 섭취했다. 게다가 불로 고기를 익혀먹으면서 내장이 상대적으로 작아졌고 여분의 에너지를 끌어 쓰게 된 뇌가 커지면서 지능이 향상됐다. 농사를 지으면서 곡물이 새로 주요 식량의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진화의 각 단계는 단절되지 않고 이어졌다. 그 결과 인체는 열매, 고기, 곡식 모두에서 영양소를 흡수하는 능력을 갖게 됐다. 소화기관에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며 잡식동물이 된 것이다. 따라서 사람은 곡류와 고기, 야채를 골고루 먹을수록 더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다.


한편 인류의 정신도 일종의 진화를 거쳐왔다. 정치적인 측면을 부분적으로 살펴보면 제정일치에 이어 왕권신수설이 지배한 이후 민주주의가 도래했다. 경제활동의 기반과 관계에서 혁명적 변화를 추구한 사회주의도 등장했다. 인류 정신사에는 간혹 역류가 일어나기도 한다. 각 개인은 저마다 과거 사상을 부분부분 조합해 자신의 사상체계를 형성한다. 개인의 사상은 시대의 흐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물론 예외가 있어,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적이며 무속신앙 및 애니미즘과 결합한 부모 숭배 정신을 지닌 경우도 발견됐다.


인체의 팰림세스트 구조는 근골격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인체엔 네발로 보행하는 기능을 하는 부분과 나무에 매달리는 역할을 하는 부위가 있고, 달리기에 적합하게 발달한 곳도 있다. 예를 들어 인체의 발과 아킬레스건은 걷기보다 달리기에 알맞게 진화했다. 여느 영장류와 달리 인류의 발은 발바닥활(아치)이 발달했고 아킬레스건이 두껍고 길다. 달릴 때 착지 충격을 흡수하도록 일어난 변화가 자리잡은 것이다. 팔과 어깨, 가슴의 근골격은 나뭇가지를 잡고 매달리는 데에도 쓰인다.


네 발로 다니던 구조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 척추다. 척추는 가로로 놓인 상태에서 정렬되고 단련된다. 인류는 서서 생활하면서 두 손의 자유를 얻은 반면 척추에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가로 구조인 척추를 세워놓고 힘을 가하니 탈이 나기 쉽게 된 것이다. 척추에 해로운 자세가 의자에 오래 앉아 컴퓨터 작업을 하는 것이다. 가장 나쁜 자세는 바닥에 책상다리로 앉아 지내는 것이다. 푸시업처럼 척추를 가로로 놓고 힘을 가하는 운동이 목과 허리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근골격계 전체를 튼튼하게 관리하려면 달리고 엎드리고 매달리는 운동을 고루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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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진화의 역사를 돌아보면 몸과 정신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지혜를 배우게 된다.


백우진 한화투자증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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