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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사각지대 '철든 뒤 입양'

최종수정 2016.10.14 11:35 기사입력 2016.10.1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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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와 달리 이미 자아형성, 새 가정 적응 힘들어…식탐 등 스트레스 증상 고칠 훈육이 학대로 번지기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6살짜리 입양 딸을 양부모가 지속적으로 학대하고 시신을 불태워 야산에 암매장한 충격적 사건이 알려진 이후 입양제도 사각지대에 대한 여러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신생아가 아닌 '연장아' 아동이 학대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장아는 학문적으로 합의된 개념은 아니지만 신생아를 제외한 나이가 많은 아이들을 입양할 때 연장아 입양이라고 부른다. 양부모에게 살해, 암매장된 6살 A양 역시 부모의 이혼 후 친엄마 밑에서 자라다 4살 때 입양됐다.

신생아와 달리 어느 정도 자아가 형성된 후에 입양되는 연장아는 새로운 가정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때 나타나는 스트레스 증상을 고치려는 훈육이 학대로 번질 위험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식탐이다. A양의 양부모 역시 A양이 식탐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 대구에서는 양아버지가 입양 전 위탁단계의 3살 난 입양 딸을 때려 뇌사상태에 빠뜨렸다. 그 역시 "식탐이 많고 괴성을 자꾸 질러 버릇을 고쳐주려고 때렸다"고 진술했다.

3년 전 7살 딸을 입양한 허선화(50)씨는 이러한 연장아의 특성을 이해 못하고 훈육에만 몰두하면 학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씨는 "처음 아이를 입양했을 때 죽을 만큼 힘들었다"며 "예측하지 못한 아이의 행동에 아이 뺨을 때린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아이가 그동안 충족되지 못한 욕구를 급작스럽게 표출한다. 그 중 하나가 식탐이고, 심하게 떼를 쓰기도 한다"며 "이런 모습을 보면 아이가 미워 보이고 마음이 잘 다스려지지 않아 죄책감이 든다"고 털어놨다.
실제 연장아 입양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면, 연장아는 통상 생후 6개월부터 부모와 형성되는 애착관계를 못 맺고 학대와 방임된 환경 속에서 키워져 정신적, 정서적 문제를 안고 있을 확률이 높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입양가정이 이러한 연장아 입양의 어려움에 대해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허씨는 "입양 전 부모교육이 포함된 기관입양임에도 불구하고 연장아 특성에 대한 안내는 거의 없었다"며 "학대의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연장아에 대한 입양 전 교육과 사후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외선 한국입양가족상담센터 센터장 역시 "입양아의 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입양 과정에 있어 사전·사후 관리를 더 강화해야 한다"며 "특히 A양처럼 3살 이상의 연장아 입양은 보다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5 전국아동학대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입양 가정(기관 입양, 민법상 입양을 분류하고 있지 않음)의 아동학대는 2005년 17건에서 2015년 34건으로 10년 새 2배로 늘었다. 민법상 입양이 전체 입양의 80%를 차지하는 만큼 집계되지 못한 입양아 학대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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