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터지면 각종 '말잔치'만 가득…예산 반영·입법 노력도 부족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한해 평균 약 1만건의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지만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정치권의 입법 논의는 매번 뒷전으로 밀린 것으로 드러났다. 잔혹한 아동학대 사건이 터져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줬을 때 요란한 구호만 외칠 뿐, 실질적인 대책과 예산 마련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지난 1월 인천 어린이 학대 사건을 계기로 올해를 '아동학대 제로(0)의 해'로 정하고,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당시 당정은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해바라기아동센터를 합쳐 아동학대 사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권역별 아동폭력근절센터'를 세우고, '국가 아동 트라우마 네트워크'를 구축해 학대 사건을 사전에 예방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지난 4월 총선 당시 아동보호전문기관을 55개소에서 100개소로 확충하겠다고 공약했지만,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총 56개소로 고작 1곳 늘었을 뿐이다.
또한 내년도 아동학대 관련 사업 정부 예산은 올해(185억원)보다 70억원 가량 늘어났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올해 일본의 아동학대 예방 예산은 1조3588억원으로 우리의 70배에 이른다.
이와 관련해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인 남인순 더민주 의원은 "아동학대 관련 사업의 예산을 범죄피해자보호기금과 복권기금이 아닌 보건복지부 일반회계 예산으로 편성해 안정적인 재정확보를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아동학대 사건 10건 중 8건은 가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학부모를 대상으로 연 1회 부모교육을 의무화(김순례 의원)하고, 아동학대행위자의 심리적 치료를 의무화(박순자 의원)하는 등의 법안이 현재 계류 중이다.
한편 아동학대 범죄의 양형기준을 높이고, 법원의 온정주의적 판결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더민주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1년부터 올해까지 아동학대 사망 사건 판결 31건 가운데 살인죄가 인정된 건은 단 5건뿐이었다. 나머지는 상해치사(7건), 유기치사(4건), 폭행치사(4건), 학대치사(3건) 등으로 처벌됐으며, 판결에서 가해자들에게 내려진 평균 형량은 7년에 불과했다.
최근 6살 입양한 딸을 암매장한 양부모에게도 살인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살인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죄가 적용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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