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 몇 년 만에 고향에서 만난 친구 호준이. 호준이 어머님은 지난달 90세가 되셨고, 9남매가 모여 구순 잔치를 해드렸다고 합니다. 막내로 태어난 호준이는 어머님께 예쁜 한복을 선물하고 싶었는데 모친은 한복보다는 현금을 달라 하셨다고 저에게 이 말을 하는 것입니다. 역시 돈이 최고구나라고 생각할 만합니다. 이번 추석에 독자 여러분도 부모님께 선물 대신 적게나마 용돈을 드리고 오시면서 이런 생각을 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어머님도 용돈을 챙겨드리면 제 아이들에게 서울 가서 맛있는 것 사주라고 받으신 돈의 거의 대부분을 주머니에 찔러 주시곤 합니다. 이번에도 당연히 반복된 일이었습니다. 어렸을 적엔 어머님의 바보짓(?)이 이해가 안 되고 왜 저러실까 했는데 이제는 저도 철이 들어서인지 어머님의 그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연세 지긋하신 부모님들이 좋아하는 돈은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그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젊은 조카들이 저에게 용돈을 받았다면 그 돈을 자신들을 위해 쓰지만 부모님은 대부분을 자녀들을 위해 다시 돌려주곤 합니다. 그 차이는 '쓸모 있음'이라는 관점으로 이해를 하고 있습니다.
쓸모 있다고 느끼는 감정은 다른 말로 자존감이라 표현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돈을 가지고 있으면 그것을 손자에게 용돈으로 줄 수 있을 때 당신이 누군가를 기쁘게 해 줄 수 있는 쓸모 있음, 자존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병원에 가셔야 하거나 몸이 편찮으셔서 자식들에게 손을 벌려야 할 때면 자녀들에게 미안함을 느끼게 되니 이때는 괜히 요즘 경제도 어려워 힘든데 자식들에게 폐를 끼친다는 '쓸모 없음'을 느끼실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돈이라는 것은 중요할 때 누군가의 자존감을 지켜주게 되는 소중한 도구이기도 합니다. 자존감을 지키는 돈, 어찌 보면 내가 직업으로 갖고 있는 보험의 중요한 역할이기도 합니다. 젊고 돈을 벌 수 있을 때야 소중하다 생각지 않지만, 소득이 없어지고 경제력을 상실할 때 나의 자존감을 지켜줄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 보험일 수 있으니까요.
이명로 푸르덴셜생명 이그제큐티브 라이프플래너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