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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라면 먹고 98세까지 산 '라면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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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사람 - 1958년 모모후쿠 치킨라면 세계 첫선…1963년 등장한 삼양라면은 '라면의 삼촌'

라면(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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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은 라면의 맛에 대해 "짙은 김 속에 얼굴을 들이밀고 뜨거운 국물을 마시면, 콱 쏘는 조미료의 기운이 목구멍을 따라가며 전율을 일으키고, 추위에 꼬인 창자가 녹는다"고 썼다. 이 맛은 누구나 알고 있다. 달리 말을 보태지 않아도 대개는 고개 주억거리는 이 맛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그 이야기는 58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25일은 일본 닛신식품의 안도 모모후쿠가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을 선보인 지 58년이 되는 날이다. 라면은 일본으로 이주한 중국인들이 만들어 먹던 '납면(拉麵)'이 시초다. 이를 일본어로 발음하면 '라멘'이다. 하지만 안도 모모후쿠가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하기 전에는 닭이나 돼지로 육수를 우려내야 했고 면은 따로 반죽을 해야 해 라면을 끓이는 일은 번거로웠다.
안도 모모후쿠(사진=연합뉴스)

안도 모모후쿠(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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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출신인 안도 모모후쿠가 인스턴트 라면 개발에 도전했을 때 그는 쉰을 바라보는 나이였고 여러 사업에 실패해 무일푼이었다. 그가 라면에 승부를 건 것은 식량난에 시달리던 전후 일본에서 간단하게 조리해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이 성공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자서전에 "추운 밤 라면을 먹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 것을 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썼다.

◆세계 첫 인스턴트 라면은 '치킨라면' = 그는 자신의 집 마당에 실험실을 만들고 라면을 개발했다. 부인이 튀김을 만드는 것을 보고 '순간 유열건조법'을 적용했다고 한다. 그렇게 1958년 8월25일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인 '치킨 라면'이 나왔다. 그는 1971년에 컵라면도 만들었다.

그는 자신이 만든 라면을 매일 먹었지만 100세를 바라보는 나이까지 건강했다. 아흔이 넘어서도 매일 같이 골프를 즐겼다고 한다. 97세인 2006년에는 서울에서 열린 세계라면총회에 참석해 "이 나이에 이렇게 건강한 것은 라면이 건강에 좋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균형 잡힌 식재료와 함께 먹으면 건강에도 좋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한 이듬해인 2007년 1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났다.
◆가장 맛있는 라면 = 우리나라에 라면이 첫 선을 보인 것은 안도 모모후쿠가 치킨 라면을 개발하고 나서 5년 뒤인 1963년 9월 15일이었다. 바로 '삼양라면'이다. 제품 겉면에는 닭 그림과 함께 'INSTANT RAMEN'이라고 쓰여 있었다. 일본에서 기술을 도입했다는 점도 강조됐다. 국민들이 싼 값에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이 100g 라면 한 봉지는 10원이었다. 당시 짜장면은 30원이었다고 한다. 초기에 생소한 라면은 외면 받았다. 하지만 정부의 밀가루 소비 권장과 적극적인 시식행사 등이 맞물려 기호식품으로 정착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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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50년이 흐르면서 라면은 한국인의 '소울 푸드'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일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은 단연 세계 1위로 74개에 달한다고 한다. 5일에 한 번은 라면을 먹는 셈이다. 그만큼 누구나 라면에 얽힌 추억을 가지고 있고 끓이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그래도 가장 맛있는 라면은 늦은 밤 누군가의 집 앞에서 "라면 먹고갈래요?"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그 설렘 담긴 라면이 아닐까.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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